“인권 감수성 제고 및 선언에 그친 법·제도 구체화해야”‘장애아동 학대 실태분석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회 열려

 
 
아동 학대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책 마련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장애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 및 연구조차 부족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장애아동 학대 실태분석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회가 27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교육실2에서 열렸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2010년~2012년까지 아동보호기관에 신고 접수된 사례를 토대로 ▲학대 피해 장애아동의 특성 ▲학대 발생 현황 ▲학대 행위자 현황 ▲학대 발생 장소 현황 ▲학대 사례 유형 현황 ▲재학대 신고 사례 현황 등을 조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한 ‘2012년 전국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아동 학대 사례 판정 건수는 6,403건. 이 중 장애아동 학대 피해 사례는 476건(7.4%)이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최복천 센터장은 먼저 “한국의 경우 비장애아동의 학대 피해 사례가 장애아동의 학대 피해 사례보다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장애아동 학대 피해가 낮기 때문이 아니다.”고 짚고 넘어갔다.

장애아동의 경우 직접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고, 해마다 피해장애아동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2012년 10.6세, 2011년 10.7세, 2010년 10.8세),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학대가 일어났을 경우 신고하기 힘든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는 학대’가 더 많다는 것.

최복천 센터장은 “장애아동 학대 신고 건수가 적은 데는 ‘장애아동을 키우기 오죽 힘들었으면 그러느냐’는 인식도 한몫 한다.”고 인식 부족과 낮은 인권 감수성을 지적했다.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는 비장애아동보다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보다 3.4배, 영국 또한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보다 4~7배(지적장애아동 5배, 정서장애아동 4배, 행동장애아동 및 언어장애아동 7배) 더 많이 학대를 경험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최복천 센터장은 “이밖에도 노르웨이, 이스라엘, 스페인의 연구에서도 장애아동의 높은 학대 위험성이 보고됐다.”며 “한국은 장애아동 학대 현황에 대한 기초자료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체제 및 예방에 대한 체계적 연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밖으로 드러나는 한국의 장애아동 학대 사례는 2001년 4,133건에서 2012년 1만943건으로 크게 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장애아동 학대 사례 빈도는 ‘거의 매(41.1%, 105건→2~3일 1회→1주일 1회)’인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중재 및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사부터 어려워… 법·제도화 및 전문 인력·기관 마련 시급

최복천 센터장은 방안으로 학대 피해장애아동을 위한 △서비스 강화 △보호시설 확대(아동보호시설 장애아동 입소 규정 및 장애유형 고려한 보호시설 설립, 공동생활가정 확대) △전문 인력 확충 △부모 역량 강화 제도 개선 △법적 개선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제언했다.

최복천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국장애인개발원 이복실 선임연구원도 “국제조약과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보장과 그를 위한 서비스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없어 선언에 그치고 있다. 법률 명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법·제도를 개선해 학대 피해장애아동에 대한 검사·치료·상담 서비스 제공을 비롯한 사후관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 권한 강화와 친권 제한 권한 부여, 지역별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도 법·제도 개선 사항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호주의 경우 ‘아동·청소년 감독과 보호에 관한 법(Children and Young Persons Act)’과 ‘아동·청소년 지속보호법(The Keeping Children and Young People Safe Act)’가 제정·개정됐다.

이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현장조사부터 DoCS 공무원과 경찰을 비롯해 장애 관련 전문가 등이 조를 이뤄 실시한다는 것.

민간기관에서는 24시간 직통 연결을 통해 신고를 접수하고 위탁, 재발 방지, 예방 및 보호 프로그램, 위기 가정 의료 등 집중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한국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상대로 집단 면담을 진행한 결과, 상담전문가들은 학대 신고와 조사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관 기관 부족 등으로 협력 체계 구축도 어렵지만, 유관 기관과 함께 조사할 때 즉각 조사가 어렵다는 점. 현장조사 시 부모의 저항에 부딪히거나 부모가 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아동에 대한 발달·심리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특히 장애에 대한 이해 및 인식 부족으로 피해장애아동과의 친밀감 형성을 비롯해 진술 확보가 어렵다고 답해,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함을 알렸다.

학대 피해장애아동을 장애유형별로 살펴보면, 2012년 기준 지적장애아동이 68.7%(176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지체장애아동 7.4%(19건), 언어장애아동과 뇌병변장애아동이 각각 5.1%(13건)이었다.

장애정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증장애아동이 89.4%(229인)로 4~6급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아동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서도 장애등급 3급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아동이 가장 많았고 2급은 23.8%(61인), 1급은 15.6%(40인)였다.

이는 의사 표현과 피해 사실을 알리기 쉽지 않은 대상일수록 학대에 노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문상담가·조사원 등 전문 인력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과 그에 대한 처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최복천 센터장은 “장애아동 학대 사례의 경우, 상담전문가의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 적절한 인력 배치와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하며, ‘수퍼바이져’와 같은 수석 조언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실 선임연구원은 “중앙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는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을 기준으로 조언자 역할 체계를 찾아봐도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갈 곳 없어 다시 학대 현장으로… 사후관리 ‘빨간불’

장애아동 학대 발생 장소는 주로 가정(87%, 414건)으로 분리조치가 필요한 가운데, 초기조치가 ‘원가정 보호’로 끝나는 경우가 82.3%(204건)로 가장 높았다. 초기조치 이후 조치에서도 ‘원가정 보호(71.1%, 180건)’가 가장 많았다.

격리보호에서도 장애아동은 일반적인 통계와 달랐는데, 전체 아동은 일시 보호와 친족 보호률이 높은 반면 장기 보호(33%, 13.0인)가 가장 많았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9%, 3.6인)도 있었다.

이처럼 미흡한 조치와 사후관리로 장애아동 학대는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장애아동 학대 재신고 사례 209건 중 79.4%(166건)가 5회 이하 재신고됐다. 한 사례당 평균 4.3회 재신고 됐는데, 최대 28회까지 재신고돼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최복천 센터장은 “장애아동 학대가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사후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지역 유관 기관 및 서비스의 부족, 비장애아동보다 위탁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며 “학대 재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원가정으로 보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복천 센터장은 격리보호 결정을 받은 피해장애아동이 입소할 수 있도록 모든 보호시설에 장애아동 입소에 대한 일관된 규정을 마련할 것과, 장애아동 전담 보호시설 설립을 주장했다.

이어 “장애아동의 학대 및 학대 재발을 예방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역 유관 기관이 사후관리 계획부터 개입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연계 의무화 역시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가니 정도 아니면… 슬쩍 눈 감는’ 인권 불감증

한국의 아동 학대의 특이사항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학대를 경험한다는 점이다. 이는 비장애아동(여성 63%, 4,045인 / 남성 37%, 2,368인)과 장애아동(여성 65.2%, 167인 / 남성 34.8%, 89인)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최복천 센터장은 “다른 나라의 경우, 성별 비율이 각각 다르다. 어떤 나라는 남성이 더 많은 학대를 경험한다고 조사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아주 확연히 드러나는 폭력과 (여성) 성폭력에 대해서만 신고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전체 아동 학대 유형을 살펴보면, 중복학대를 빼고 ‘방임(26.8%, 1,713건)’이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14.6%, 936건)’, ‘신체학대(7.2%, 461건)’, ‘성 학대(4.3%, 278건)’ 순이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 여준민 활동가는 학대 및 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그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이 준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가 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인권 유린 사건만 관심 갖도록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 활동가는 “2012년 11월 대두된 ‘오순절평화의마을’과 ‘천사들의 집’ 사건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방치’가 얼마나 무섭고 심각한 학대인지 보여준다.”며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외부로 문제가 알려지기 어려운 폐쇄적인 구조다. 그러한 곳에서 무언의 압력과 통제, 욕설, 체벌이 난무하는 것은 가장 큰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위계와 권력관계가 명확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거주인은 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일수밖에 없으며, 이는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과 자아 상실감으로 이어진다는 것.

여 활동가는 “장애인거주시설은 폐쇄적인 구조에서 늘 같은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방임과 무관심, 냉대, 존중하지 않는 말과 태도 등은 정서적 학대다. 이후 인격 형성과사회화 과정을 헤치는 큰 걸림돌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복천 센터장은 “장애를 부각시켜 학대 사례를 묘사하는 대중매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으며, 이복실 선임연구원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인식을 고려한 예방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복실 선임연구원은 “전체 피해장애아동의 57.4%(127인)가 수급권 대상 가구고 44.9%가 월 평균 소득 50만 원~150만 원인 것을 보면, 학대와 빈곤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번 보고회를 시작으로 학대의 요인과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효과적인 서비스 전달 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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