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 원더(boy wonder, 2010)’

 
 
영화 속 영웅들의 가슴에는 그들의 존재를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여기 ‘보이 원더’의 주인공인 한 소년의 가슴에는 ‘폭력’이 있다.

바흐를 동경하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션’. 언제나 곁에서 많은 영향을 주던 어머니가 눈앞에서 죽은 뒤, 10년이 지났지만 션은 그때의 상황을 잊지 못한다. 아울러 술을 마시면 자신과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도 잊지 못한다.

갓 성인이 된 션은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력을 일삼는 사람을 보면 그만의 ‘응징’에 나선다.

매우 위험하고 잔인한 응징. 폭력으로 얼룩진 기억을 씨앗삼아 자란 션의 행동은 트라우마를 넘어 집착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션을 ‘영웅’이라며 입을 다문다.

한편, 경찰 테레사는 아들의 양육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테레사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속에 션이 있음을 눈치채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특히 어렵게 잡은 범인 래리 차일즈의 형량이 고작 2년이라는 소식을 들은 뒤, 사회제도가 정의를 실현하지는 못한다는 상실감에 더 갈등한다.

‘응징자’를 자처한 션의 선택은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은 침묵의 공범이 되는데……

영화는 응징에 매달리는 션과 달리 ‘무엇이 진실인가’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단지 한 소년에게 가해진 폭력과, 그 폭력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를 그리고 있을 뿐이다.
관객이 어떠한 결론을 내리든, 영화의 결말이 ‘짜릿함’이 아닌 ‘소름’으로 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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