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 등이 방영되지 않도록 방지 방안 마련 권고

방송에서의 이주민 차별 발언이 심각해지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21일 한국방송공사 등 지상파4개 방송사 및 4개 종합편성방송채널에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 등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텔레비전방송 심의 시 이와 같은 내용이 있는지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단’을 구성해 지난해 5월 5일~10월 2일까지 지상파방송 4개사와 종합편성방송 4개 채널(한국방송 공사 KBS, ㈜문화방송 MBC, ㈜에스비에스 SBS, 한국교육방송공사 EBS, ㈜채널에이 채널A, ㈜제이티비씨 JTBC, ㈜매일방송 MBN, ㈜조선방송 TV조선)에서 방송된 뉴스, 교양, 오락, 이주민 특화 프로그램 등 총 35개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 등이 다수 발견됐다.

■ 인종적·문화적 선입견과 편견의 노출

모니터링 대상 프로그램의 일부는 증명된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희화적·비하적·차별적 표현을 사용해 특정 국가 및 이주민‧외국인이 속한 인종·문화·지역에 대해 왜곡된 편견과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이는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및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5조 등에 부합하지 않고, 이주민 및 외국인의 인권보호, 문화의 다양성 존중, 이주민의 발전적이고 순조로운 사회통합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이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의 사연을 방송하면서 사회자가 어두운 스튜디오에 앉아있던 출연자의 피부색을 빗대어 “저는 사람이 안 계신 줄 알았어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사례가 발견됐다.

■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한국문화를 지나치게 강요

인권위는 신뢰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통계로 인해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주민을 ‘소수자적 지위’로 전제하거나 ‘내성적’, ‘나이 차이가 많음’, ‘가무잡잡한 피부색’ 이라는 표현으로 일반화·정형화해 이주민 및 외국인의 외모와 이미지를 부적절하게 고착화한 것.

특정 한국음식에 대한 수용을 당연히 요구하며 이를 사회통합의 검증요소로 보는 사례 등이 다수 나타났는데 이는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등 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진행자가 “나 한국사람 다 됐다? 한국이 편하게 느껴질 때”, ”외국인 아내, 엄마라 미안했던 적은?”이라는 질문을 해 아내와 엄마로서 이주민은 스스로 소수자적 지위를 인식해야 한다는 관념을 드러낸 것 등이 지적됐다.

■ 흥미에 치중한 과도한 표현

특히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과도한 흥미치중, 소수 사례의 일반화, 인종 등 민감한 사안에 관한 배려 부족, 특정범죄에 대한 이주민 관련성 강조, 중립적이지 않은 표현 사용 등의 사례가 모니터링 결과 발견됐다.

이는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등 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

인권위에 따르면 OO 국가에서 가짜로 구걸하는 사람을 적발하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OO 국가 길거리나 지하철에선 구걸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라고 표현해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한 것 등이 사례로 나타났다.

■ 사생활 침해

이번 조사에서는 사생활 침해도 지적됐다.

헌법 제17조는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에게도 보장되어야 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다. 또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는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금지하고, 방송법 제5조 제3항은 방송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하여 목적을 넘어선 정보노출, 사적인 신체에 대한 표현 및 질문을 하는 사례가 발견됐고, 이는 위 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인권위는 꼬집었다.

구체적 사례로는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것을 ‘훈훈한 인심’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주여성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룬 것 등이 발견됐다.

■ 차별적 용어 사용

인권위는 “이주민 및 외국인 차별 문제에서 적절한 용어의 사용은 항상 중대한 비중으로 다뤄져 왔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방송사의 경우 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방송사는 가능한 인종적·민족적·지역적·국가적 차별요소를 담고 있는 용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반드시 필요할 때는 중립적인 용어로 대체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구체적 예로, ‘검은 머리 외국인’, ‘푸른 눈 외국인’ 등 피부색 또는 신체 특정 부분의 색깔을 인종이나 민족 등과 연결시켜 표현하는 것은 자칫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거나 사회적 고정관념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이에 인권위는 방송에서 인종·민족·국가 등을 언급할 때 굳이 피부색 등 신체 특정 부분의 색깔을 사용하기보다는 ‘OO국 출신 외국인’, ‘국민’, ‘내국인’ 등의 중립 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내국인을 지칭하는 말인 ‘토종’이란 용어는 본래 그 지역에서 나거나 자라는 동물이나 식물 따위의 종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주민 자녀를 지칭하는데 사용된 ‘다문화’란 용어는에 대해 “외국어 ‘Multiculture’를 번역한 이 말은 법률적·정책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 용어의 함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정착돼 있지 않고, 이를 학교에서 동료 학생 등이 이주배경을 가진 어린이를 지칭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당사자들에게 차별적인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며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어린이들을 ‘다문화’로 굳이 구분해 지칭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견해도 있기 때문에, 이 용어를 방송에서 이주배경을 가진 어린이를 지칭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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