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 대법원에 의견 제출

업무수행 중 장애인 근로자의 의족이 파손된 진정과 관련해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장애계단체와의 정례 간담회에서 업무수행 중 의족이 파손된 사건과 관련해 요양급여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이 대법원에서 계속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이에 인권위는 “담당 재판부의 판단이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지난 18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의족을 착용하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장애인으로, 제설작업 중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그 의족이 파손됐다.

이에 의족 파손에 대한 요양급여를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의족의 파손은 신체의 부상이 아닌 물적 손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현재 이 사건의 쟁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지급되는데, 의족의 파손을 부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원고는 위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므로 그 파손을 부상이라고 할 수 없어 요양급여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UN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을 근거로 들어 불합리함을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2008년 가입·비준한 UN 장애인권리협약은 당사국에 대해 장애인의 사회 참여 및 통합, 장애인에 대한 차이의 존중과 수용,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현존 법, 규정 등의 개정 또는 폐지 등의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장애인의 취업·지속적 근무·복직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한 노동권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에 대해 형식상으로는 불리하게 대하지 않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장애인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차별시정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으로, 근로자에게 업무수행으로 발생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험의 일종이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적용함은 국가의 사회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4조와 이에 근거하여 마련된 사회보장기본법의 기본 이념에 합치되는 것이 요구된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 사건 처분 및 원심판결과 같이 요양급여의 요건이 되는 근로자의 ‘부상’을 문언적 의미 그대로 ‘생물학적인 신체의 상처’로 해석하게 되면, 결국 같은 업무상의 사고로 동일 다리·의족 부위의 손상을 입었을 때, 비장애인 근로자의 경우에는 요양급여가 지급되나 의족을 사용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에는 요양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차별적 결과가 발생된다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 원고는 경비원으로, 주로 아파트의 시설 관리, 경비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신체의 활동 가능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특히 팔다리의 기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와 같이 다리의 한 쪽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활동에 심한 제약을 받아 실질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원고의 의족은 실질적으로 원고가 경비원으로 종사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위와 같이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장애의 특성 및 상황을 간과하고 사전적 의미의 생물학적 신체라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장애인 근로자인 이 사건 원고에게 비장애인 근로자에 비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는 앞서 언급한 관련 국제조약 및 국내 법규들의 취지 및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며, 차별적 결과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달리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원심 재판부는 원고의 의족이 신체에 체화되지 않고 비교적 쉽게 탈부착된다는 사유로 신체의 일부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현재의 기술로는 상용되기 힘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에 있어 완전히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탈착 여부에 따라 달리 취급하고 있는 것인데, 이에 합리적 사유를 인정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의족 파손을 부상의 범위에 포함시켜 요양급여의 지급대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이러한 의견을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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