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나열해 전시했을 뿐… 구체적 내용 및 예산안 없어”복지부 “관계부처 방향에 동의해, 예산안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

정부가 지난 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협의·발표된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을 발표되자 장애당사자와 부모, 장애계단체에서는 “실질적 내용 없는 과시용 자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발표에 따르면 등록 발달장애인은 18만3,000명으로,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회실현’을 목표로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 구축 ▲발달장애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의 완화 ▲돌봄지원 강화와 가족부담 경감 ▲잠재능력 발굴 및 계발의 극대화 ▲지역사회 내 자립기반 구축 등 내용이 담겼다.

이번 발표는 2010년 8월 발달장애인지원 정책기획단 구성으로 기본방향 제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부터 4개원간의 실태조사, 지난 5월부터 진행된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작성됐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대해 장애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나열해 전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예산안도 포함되지 않아 계획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보충제, 진짜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 구축해야”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에는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성년후견제의 조기 정착 △실종예방강화 및 인신매매 근절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 △그 외 권리보호 강화 방안 등이 구체적 추진 사항으로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최선호 간사는 “발표에서는 성년후견제를 발달장애인의 권리보호 체계의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성년후견제의 ‘보충성과 필요성’이라는 중요한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년후견제에서의 피성년후견인이 다른 지원체계들을 이용할 수 없을 때 보충적 성격에서 적용되는 제도다. 그러나 성년후견제가 발달장애인 권리보호 체계들의 중심에서 우선으로 적용된다면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최 간사는 “성년후견제는 피후견인의 의사를 합법적으로 대신하게 되는 것으로, 우선 가능한 다른 지원체계를 이용하고, 보충적 방안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성년후견제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최우선이고 모든 지원체계의 중심인 것처럼 보여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운전에 있어 안전벨트를 맸다고 해서 모든 요건이 갖춰진 것은 아닌 것처럼, 성년후견제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고 비유하며 “성년후견제는 보충제일 뿐,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철저하게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년후견제 시행 1년을 앞두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을 담은 시행법은 물론 예산조차 제시하지 못한 정부 발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성년후견제는 민법 개정에 따른 제도로, 민법은 제도의 근거와 용어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시행에 따른 체계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기준, 후견인 양성과 비용 및 처벌에 관련한 모든 일련의 사항들이 기록된 시행법 제정이 시급한 상태다. 더불어 예산의 상당부분이 후견인 양성과 비용 지원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구체적 예산은 물론 지원 대상과 규모 가 빠져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 간사는 “정부는 성년후견제 시행과 도입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체계마련 등을 마치 앞선 지원으로 소개함으로 홍보에 비중을 둘 뿐,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성년후견제 시행에 구체적 사항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아가 발달장애인 권리보호의 보충제인 성년후견제를 앞세워 다른 정책들은 내놓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희석시키기? 구체적 예산 계획 없어… 복지부 “기재부와 협의 중”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소외된 그늘에서 살아온 발달장애인을 양지로 나와 함께 살고자 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양지로 나올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석윤 수석부회장은 “정부는 기존의 서비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대되는 것을 미끼삼아 발달장애인을 양지로 끌어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살아온 발달장애인에게 그늘을 조금 없앤 것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예산이 빠진 발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구체적이지 못한 이번 발표에 대해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희석시키기 위한 과시용 계획.”이라고 지적한 최 부회장은 “복지부와 관계부처들은 발달장애인법이 국회에 제출되자 이에 대한 부담으로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들을 나열하기식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장애아동지원센터로 통합 운영하는 등 사실상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서비스 제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발표에서는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내년 시행예정인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상 장애아동지원센터에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발달장애인센터는 특화영역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라며 “그러나 성격이 다른 두 서비스를 합친다는 것은 어떤 한 영역의 지원 서비스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와 장애아동지원센터는 각각의 장점을 갖고 운영되며 센터간 협력을 통해 인력의 효율성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며 “정부의 이러한 선언적 발표는 발달장애인 관련 특화 서비스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부회장은 “만약 발달장애인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자 했다면 국회에 제출된 발달장애인법을 살펴 조정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 편이 훨씬 더 솔직했을 것.”이라며 “예산이 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전시하듯 늘어놓은 정부의 발표는 말 그대로 계획일 뿐 실현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발달장애인 지원과 관련해서는 관계부처가 방향에는 동의했고 예산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요구한 예산이 최대한 수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년후견제시행법과 관련해서는 “법률 초안을 작성 중이며 하반기에 법률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관계부처는 물론 장애계단체와의 협의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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