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숙금지조치, ‘노숙인처럼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조차 축출해

 
 
“아침 6시쯤 대합실 화장실에 가려는데 용역 3명과 직원 1명이 반말로 ‘가, 임마’라고 하며 손가락질 하는 것을 경험했다. ‘지하도 가러 싸라’고 말해 그대로 나갔다. 나도 나이 60대인데 슬프고 죽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점심 경 화장실이 급해 대합실 화장실에 들어가려 하는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 2명이 ‘왜 들어가냐’고 했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니 나가라 해 재차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더니 안된다며 밀쳐내 넘어졌다. 그리고 배와 다리를 두 번 밟히고 쫓겨났다. 8년 전 뇌졸중을 앓아 팔과 다리 마비가 있는데, 지하도의 화장실은 한 곳만 좌변기라 용변보기가 힘들어 대합실에 갔는데, 그렇게 쫓겨나니 너무 억울해서 울고 말았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가 시행된지 1년을 맞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서울역공대위)는 지난 22일 서울역광장에서 ‘서울역 야간 노숙행위 금지 조치 지침의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를 위해 4억8,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사설특수경비용역을 고용했다. 철도공사는 이들에게 ‘뚜렷한 목적 없이 체류하는 자에 대한 퇴거 및 계도’를 시킬 것을 요구했다.”며 “기차표를 구매하거나 서울역에 있는 상업시설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 이상 서울역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것 아닌가. 철도공사는 공공장소인 서울역을 단시 영업장으로 전락시키고, 영리행위에만 몰두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시작한 강제퇴거 조치는 노숙인에 대한 형벌화 조치가 이제 전염병처럼 전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최근 서울역을 고품격화하겠다고 선언하며, 현재도 연간 37억여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울역의 상업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노숙인이라는 신분을 특정해 공공장소의 출입을 불허하는 명백한 반인권적 조치를 더 이상 존속시켜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이후, 직접 퇴거 경험을 당한 노숙인은 조사대상자의 60%로 나타났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가 ‘서울역 퇴거조치 1년, 서울역 거리홈리스의 실태조사’ 결과를 밝혔다.

지난 16~18일까지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서울역 인근에 머무는 거리노숙인들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로 인해 ▲비나 더위·추위를 피할 곳이 없어졌다(23.8%) ▲억울함·모멸감·심리적인 위축이 더욱 심해졌다(19.9%) ▲단속이 더 강압적으로 됐다(15.2%) ▲노숙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나빠졌다(14.5%)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대해 김 책임간사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와 비교해 볼 때, 물리적인 공간의 박탈 외에도 단속이 더 강압적으로 시행돼 노숙인들이 갖게 된 심리적인 위축, 부정적인 강점의 확대가 더 강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조사대상자의 60%인 것에 대해서는 “야간노숙금지조치는 ‘주간’에 ‘노숙인처럼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조차 공공의 공간에서 축출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 방법 또한 필요서비스에 대한 안내나 연계가 아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서울역에서 강제퇴거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더위와 추위, 비를 피하기 위해 다수(21.3%)가 서울역 인근을 잠자리로 택하고 있다. 이들은 △무료급식을 이용하고자(18.4%) △인력사무소가 인접해 있어(17.6%) △혼자보다는 안전해서(16.2%) 서울역을 계속 찾고 있었다.

이 결과에 대해 김 책임간사는 “서울역사 내부에서 노숙인을 축출한다고 해도 낮은 인적자본을 가진 노숙인의 경우 안정적인 거처와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한 결국 서울역 인근을 다시 맴도는 거리노숙상태에 머물게 됨을 알 수 있다.”며 “서울역 및 코레일의 조치는 노숙인 복지의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거리노숙인의 사회적인식을 악화시켰고, 그로인해 노숙인의 심리적 위축을 가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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