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화백이 그린 기자 본인
박재동 화백이 그린 기자 본인
8월 24일, 박재동 화백께서 신정고등학교를 방문해 강의를 해주셨다.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많으신 것 같았지만 많지 않은 시간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가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신선하고 재밌고 유익한 내용으로 인해 강의가 진행되는 도서관 안은 유쾌한 웃음이 떠나갈 줄을 몰랐다.

화백께서 하신 말씀 중 인상 깊은 것은 풀빵 장사를 하시는 아줌마를 그리고 나서 이름을 물으니 '이름은 안 돼요' 하며 자신이 풀빵 장사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얘기였다. 화백께서는 그 얘기를 하시며 '진정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길거리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풀빵 장사를 하는 것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조작이나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화백은 그런 씁쓸한 일화를 얘기하는 반면 따뜻한 웃음이 나오는 일화를 전해주시기도 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화백을 보더니 머리를 보아하니 예술계 쪽에 종사하시나보다라고 말씀하셨더란다.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택시기사가 '저도 예술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손님을 즐겁게 해드리니, 저도 예술가가 아닙니까!" 그 말을 들으니, 이제껏 예술가에 대해 이것저것 심오한 의미를 부여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 누구든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화백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주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그림을 처리하려고 할 때 나중에 비싸질거라며 하지 말라고 호들갑을 떨었단 얘기를 하셔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선견지명'이 있으셨나 보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자기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존경스러웠다. 아무튼 그 그림들은 초중학교 때의 실력인데도 지금의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우월한 실력이라 그림을 못 그리는 것에 절망하고 그림 그리기를 게을리 했던 그동안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초등학생도 그림을 꾸준히 그리면 저만큼 실력이 늘어나는데, 나는 17년을 살면서 대체 무엇을 하면서 무엇을 꿈이라 말했던 것일까?

 위의 사진은 박재동 화백께서 그려주신 내 캐리커쳐인데 선배들과 친구들이 하나같이 내 증명사진이라며 왁자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정말 즐겁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강의를 들은 것 같았다. 내 꿈이 웹툰 작가라고 수줍게 말하자 바쁘셔서 많은 얘기를 해주실 순 없었지만 저렇게 그림 옆에 이름을 적어주셔서 흐뭇하였다. 내 꿈에 대한 확실한 자극의 계기였고, 내 꿈을 말한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더 노력해서 미래에 당당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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