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청각 장애 방청객 수화 통역 요구 기각

영화 ‘도가니’의 실제 주인공인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에서 청각 장애 방청객들을 위한 수화 통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0부(성지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 원고 측 대리인은 ‘청각 장애가 있는 방청객을 위해 수화를 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날 재판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인화학교 총동문회 10여 명이 방청을 하기 위해 참석했으며, 원고 측 대리인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이들을 위해 법률서비스 차원에서 재판을 수화로 통역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청객은 원고도 아니고 대리인도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원고가 아니면 수화통역을 허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수화 통역 요구가 기각된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던 중, 인화학교 총동문회 회장이 일어나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수화 통역을 해달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방청객이 청각장애인인 경우 통역인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고, 원고 측이 지정한 통역인의 지위 등을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허가할 수 없다.”며 “재판에 끝나고 원고 측 대리인에게 내용을 듣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다음 재판에 원고 측이 절차를 준수해 통역 허가를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허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가니대책위 법률지원단 이명숙 변호사는 “공개재판은 법원의 절차를 국민의 감시에 둠으로써 사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데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 공개주의의 취지가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청각 장애인의 참여는 박탈시키면서 왜 굳이 공개재판을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화학교 피해자 8명은 올해 3월 ‘관계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와 광주광역시, 광주교육청 등을 상대로 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도가니 사건의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1월13일 오전 11시20분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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