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승강기·리프트 이용 어려워, 삼성역서 발목 묶여

사회복지의 날인 지난 7일, 지하철역에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이 없어 장애인들이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산성인장애인야학씨앗(이하 오산야학)은 지난 7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로 현장체험학습을 가기 위해 2호선 삼성역을 찾았다.

오산야학은 역에서 코엑스로 이동하기 위해 5, 6번 통로 쪽 승강기를 찾았으나, 승강기를 이용키 위해선 12계단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올라가야만 했다.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현행 휠체어 리프트는 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할 정당한 편의시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장애인의 이동권 및 시설물 접근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설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삼성역 측은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승강기를 다시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경사로를 설치하려 했으나 경사로를 확보하기엔 지장물 등 지형적 어려움이 따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휠체어 리프트 이용마저도 쉽지 않았다. 역 직원이 휠체어 리프트 작동법을 잘 알지 못해 한참동안 시간이 지체됐으며, 결국 직원들은 휠체어를 직접 들여올려 이동했다.

오산야학 강경남 사무국장은 “가뜩이나 리프트는 속도가 느려 이용을 꺼려하는데, 작동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직원들로 인해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작동해 어렵사리 이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체험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역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오산야학 측에 따르면 ‘돌아갈 때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역 측은 여전히 ‘나몰라라’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

오산야학은 휠체어 리프트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리프트 점검일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역 측에서는 처음에는 ‘점검일지가 없다’, ‘리프트 이용에 있어서의 책임은 리프트 설치 회사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다가 장애인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점검일지를 들고 나왔다. 점검일지에는 7월까지 점검을 했다고 기재 돼 있었다.

이날 오산야학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무시한 ‘역 측의 정식 사과’와 ‘휠체어 리프트 정비 개선’을 요구하며 4시간 여동안 삼성역을 점거농성을 펼쳤다.

 
 
결국 오후 8시 30분경 역장이 직접 나와 정식 사과문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강 사무국장은 “건축법상 승강기를 설치해줄 수 없다는 것까진 이해했다. 하지만 최소한 휠체어 리프트라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으며 “이래서 어디 장애인이 밖에 나갈 엄두라도 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삼성역 김경호 역장은 “역에서 코엑스로 가는 통로 이용 불편에 있어서 하루에도 15건 이상 씩 교통약자들의 건의가 들어온다.”며 “근본적 대책은 ‘경사로’라고 판단하고, 서울메트로 건축담당부서에 여러번 설치를 요구했지만, 구조적 문제를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서울시 및 강남여성복지지원센터 등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승강기 또는 경사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