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이 책은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전 원장이었던 조병국 원장이 버려진 아이들, 입양아들과 함께했던 50년을 한권으로 담아낸 일기이다. 총 2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는데 그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 라는 소제목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병국 원장이 이 아이를 만난 당시에 경기가 워낙 나빴나 보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대학 졸업 후에 일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 살기가 녹록지 않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고, 특히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부모들도 많아졌었다고 한다. 조병국 원장이 가장 끔찍하게 여긴 사건은 엄마가 두 살 난 아들과 함께 철로로 뛰어든 사건 이였다. 때는 1980년대 중반, 기차가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일으키며 멈췄을 때 사람들은 참혹한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시신 옆에 두 살배기 아이가 피를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다행히도 살아있어서 병원으로 옮겨져 열두 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아이의 양쪽 두 다리는 절단되고 없었다. 퇴원 후 아이는 외가에 맡겨졌지만 일흔이 넘은 분들이 양쪽 다리가 없는 아기를 키우기엔 쉽지 않았다. 결국 조부모는 아이를 홀트아동복지회로 데리고 왔다. 조부모는 아이가 잘사는 미국에 입양 가서 휠체어라도 한 대 사 줄 수 있을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홀트에 맡겨졌다. 아이는 무엇보다도 의족이 필요했다. 하지만 의족 하나 가격도 어마어마한데 아이의 성장에 맞추어 교체해 줘야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것이다. 이 아이의 경우 국제 입양은 물론, 해외 입양도 어려울 것 같았을 거다. 그런데 몇 달 뒤 아이에게 양부모가 생길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에 사는 한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기적과 가까운 소식이었다. 아이는 양부모에게 입양을 가게 되었고 2년 뒤, 조병국 원장 앞으로 편지가 왔다. 그 아이가 의족을 하고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또 몇 년 뒤, 편지가 한통 더 왔는데 이번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사진이었다. 의족을 했는지 전혀 모를 정도였다. 아마 삶과 죽음 중에 삶이 이 아이를 선택한 이유가 그 후에 행복이 보장되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해피엔딩 말고 슬픈 이야기도 책에 실려 있다. 똥통에서 찾은 아기‘분녀’가 아파서 죽고, 버려진 아기 ‘태희’가 심장병에 걸려 죽은 이야기 등 슬픈 이야기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기를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해두고, 아파도 무시하고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조병국 원장님은 이 책을 편찬하면서 이런 악한 사회에서도 도움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었다는 행복함과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한꺼번에 담은 감동의 실화가 아닌가 싶다. 이런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준 조병국 원장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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