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이동

우리 나라 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7세기에 나온 중국의 역사서에 나타난다. ‘수서’와 ‘구당서’에는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는 신라 관련 기록이 있어 국가 형태의 설날 관습을 엿볼 수 있다.

근대 국가에 들어 우리 나라에서는 한 때 음력설과 양력설로 두 개의 설이 있었다. 음력설은 전통적인 명절, 곧 설날을 의미하며, 양력설은 현재 일상력으로 사용하는 태양력에 의한 설이다. 그러나 전통 명절은 역시 설날이다.

오늘날 설날 무렵이면 추석과 함께 ‘민족 대이동’이 화두가 되고 있다. 명절 연휴에 고향을 찾는 인파가 물결을 이루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어른’들이 자녀를 찾는 역류 현상도 일고 있지만 아직은 고향을 찾는 인구가 훨씬 많다. 그래서 오늘날 설은 전통문화를 보존한다는 측면과, 만남을 갖는 절대적인 시간이 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소중하다.

서울역 설날 기차표 발매 현장
서울역 설날 기차표 발매 현장
올해는 나도 민족의 대이동에 대비 설날 기차표를 예매하려는 대열에 합류했었다. 7시부터 각 역에서 기차표를 현장 발매한다는 뉴스를 듣고, 서울에서 부산가는 ktx표를 사기위해 6시 반쯤 갔더니 이미 서울역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안내 요원에게 여쭤보니 문을 여는 새벽 4시 반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전날 밤부터 기다린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 저기 박스들이 보였다.

 

3시간을 기다렸으나 원하는 시간의 표를 사지 못하고, 11시에 시작하는 인터넷 예매를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동시 접속자가 얼마나 많은지내 컴퓨터는 아예 열리지도 않아 회사에 계신 아버지와 이모부의 도움을 받아 겨우 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37만명이 동시에 접속했었다고 한다. 과연 귀성 전쟁이란 말이 실감났다. 나는 그래도 운좋게 내가 원했던 비슷한 시간대의 표를 구했지만 같이 줄 서 있다가 표를 못 산 할머니는 어떻에 하셨을까 걱정되었다. 아들 내외가 올라오기 힘들어 내려가신다고 다음날 입석표라도 사러 나가신다고 하셨는데..

  하지만 이렇게 고생을 해서라도 돌아갈 고향이 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실향민들과 소외 계층에게 설날은 더욱 춥기만 한 겨울의 하루가 아닐까. 이번 설날에는 독거 노인들에게 떡국을 맛있게 끓여 대접하고 아동 보육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예쁜 설빔과 선물을 전달했다는 기사가 넘쳐났으면 좋겠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 함께 행복한 큰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소외 계층을 위한 정부 차원의 나눔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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