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조항인 지역센터와 장애아동지원판정팀 삭제 등 문제점 지적…장애아동복지지원법 시행 1년 만에 개정 목소리 나와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지난해 시행됨에 따라 설치된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이하 중앙센터).

그러나 실질적인 지원을 담당하게 될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지역센터)가 법 상 임의조항으로 명시되고, 센터의 핵심기능인 지원판정 기능이 삭제되는 등 불안한 출발에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센터와 지역센터는 장애아동과 가족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근거한 장치다. 장애아동의 복지욕구를 파악해 필요한 전 분야의 로드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정책과 자료 제공, 서비스 연계 등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업무를 맡게 된다.

이러한 중앙센터는 지난 달 27일 개소했지만 현재 지역센터 설치 움직임조차 포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지향하는 바를 실행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장애아동정책 선진화를 위한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은 중앙센터 최복천 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장애아동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방안과 센터의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임의 조항’인 지역센터 설치…개별지원을 위한 해법은?

발제자로 나선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김용득 교수는 개별지원이 필요한 장애아동의 경우 전달체계 구축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해야하는 지역센터 설치가 임의조항으로 명시됐음을 강하게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장애아동에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도록 한다 ▲장애아동과 보호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정하고 있는 복지지원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에 대해서는 30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복지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아동과 그 가족에게는 복지지원 제공기관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 따르면 개인별 지원을 실행해야 할 주체는 지방정부이지만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지방정부가 지역센터를 설치해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권장’ 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으로서는 지역센터를 설치하는 일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발의 될 당시에는 제9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시·군·구에 장애아동지원중개센터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지역 내 센터를 명시했지만, 법 제정안에는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변경됐다.

이처럼 지역센터의 설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교수는 ‘표준화’된 지역센터 보다는 지역별 상황에 따라 다른 구조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지역에 따라 장애아동의 수와 제공기관의 수가 각기 다를 수 있다.”며 “그렇다면 장애인복지관 또는 희망복지지원단 등에 지역센터의 역할을 위탁해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중앙센터는 개인별지원계획의 수립과 수행절차를 구체화 하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개인별지원계획이 어떤 전달체계를 통해 수행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컨설팅하는 ‘전문적 컨설턴트’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센터 설치의 ‘임의 규정’이 잘못된다는 데는 동의를 표했지만, 지역별 상황에 따라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지역센터 설치를 강제조항으로 하는 법 개정으로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 역시 지역센터 설치가 임의조항이라는 데는 지적을 같이했지만, 별도의 지역센터 또는 장애인복지관 등에 위탁하는 경우 발생하는 업무 협조체계에서의 혼란을 우려했다.

노 부회장은 “지역센터의 설치·운영에 대한 예산의 부담을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시장, 군수, 구청장이 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센터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중앙센터와 얼마나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더불어 김 교수가 언급한 독립적인 지역센터나, 장애인복지관, 희망복지지원단 등에서 지역센터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지역센터의 통일된 업무수행이나 중앙센터와의 업무협조관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개인별 지원을 실행해야 할 주체는 지방정부임을 감안해 법의 발의안을 참고로 지역센터 설치를 임의조항에서 강제조항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지방센터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아울러 중앙정부가 일정부분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장애인복지관이 지역센터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지역센터의 운영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복지관은 공공기관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 역시 “지역센터를 희망복지지원단 또는 장애인복지관에 위탁 연계하는 방안은 지역센터의 설치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는 결국 개인별지원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장애인복지관의 사업 중 하나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의 핵심이었지만 삭제된 ‘장애아동지원판정팀’의 부활가능성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필요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법의 필요성과 개정을 촉구했다.

 
 
김 실장은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성인 중심의 ‘장애인복지법’과 비장애아동 중심의 ‘아동복지법’, 교육 중심이 ‘장애인등에대한 특수교육법’, 그 외 ‘영유아보육법’이나 ‘건강가정기본법’ 등 우리나라 복지환경 속에서 소외돼 온 장애아동의 특수성을 위해 제정된 ‘사회적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아동의 복지욕구가 법적 권리로써 확고한 토대를 갖게 됐다는 점은 이 법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의.”라며 “앞으로 장애아동의 복지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하는 전달체계가 수립·운영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장애아동의 복지향상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수립될 것이다. 나아가 이 법은 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복지를 확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적무기’.”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이러한 긍정적 의미와 함께 법적 강제성과 실효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 장애아동 복지 총양의 확대, 서비스의 질 개선,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 등 법안의 주요 요소에 있어 국회에 최초 발의됐던 법안에 비해 ‘후퇴된’ 내용으로 법이 제정됐다는 아쉬움이 남는 다는 것이 김 실장의 지적이다.

특히 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장애아동지원판정팀이 삭제됐다는 점에서 개정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 실장은 “법의 발의 당시 장애아동 복지지원 전달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은 ‘장애아동지원중개센터’였다. 이 기관은 성격과 역할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일반적인 센터들과는 확연히 달랐다.”며 “중개센터의 역할은 이용자의 욕구를 평가하고 서비스를 연계·조정하며, 서비스 이용에 따른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공적인 중간기제’이며 종합적인 사례관리 담당기관이었다. 발의안에서는 이 기관의 핵심장치로 장애아동의 복지욕구를 다면적으로 평가할 ‘장애아동지원판정팀’의 센터 내 구성과 전반적인 사례관리업무를 담당할 장애아동지원조정자의 배치를 명문화 했었다.”고 최초 발의안과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아동지원판정팀은 법 제정 과정에서 정부의 반대로 법안 명시가 무산됐고, 부대의견에 넘겨져 ‘연구용역을 거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노력한다’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또 장애아동지원조정자의 배치도 법안에서는 삭제됐고, 다만 지원센터의 역할에 사례관리를 명시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김 실장은 “발의안보다는 축소된 내용으로 결론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전달체계의 측면에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가진 가장 큰 의의는 전달체계의 공공성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이라고 의의를 두는 한편 “법 시행이 채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당장 개정하자고 한다면 아마도 무리할 주장으로 들릴 것이지만 법 개정의 시기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그 문제점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더욱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를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기 교수는 “당시 정부가 장애아동지원판정팀을 반대한 이유를 고민해 보면, 센터에 판정 권한을 줬을 때 민간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한다면 판정팀이 있음에도 작동하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신뢰와 믿음의 문제였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정부의 반대를 넘는 것도 문제겠지만 더 큰 문제는 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연계. 지역센터의 권한이 커진다면 민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에서 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내다보며 “이러한 부분들을 중앙센터와 지역센터, 나아가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기관까지 모두모여 집중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 따로 가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내용이 법 내용에서 빠지게 되면서 중앙 및 지역센터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지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을 연결하는 역할은 사실상 거의 없어지게 됐다.”며 “장애아동지원판정팀을 반드시 부활시키고 서비스 예산의 일부가 지역센터를 거쳐 지급되도록 해야만 장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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