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던 지난 달.
복지 티비의 복지 신문고 담당자 앞으로 도착한 이메일 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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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복지 신문고 담당자 앞
번동 주공아파트에는 200여가구가 넘을 정도로 많은 장애인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세대별 주거 시설에는 어떠한 편의 시설도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요즘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는 신청을 받아 편의 시설을 설치해주고 있다는데,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편의 시설을 설치해줘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요?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이 곳은 1990년 11월에 입주를 시작한 우리 나라 최초의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 곳에는 약 200여세대가 넘는 장애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 중 한명인 정계선씨.그는 전동휠체어의 도움없이는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인입니다. 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군데군데 움푹 파인 주출입문 경사로부터 말썽입니다.

정계선씨) 아파트 입주민
염화칼슘때문에 (바닥이 움푹 파인 바람에) 턱이 많이 져서 휠체어가 감당을 못 해요.
한 번 공사를 했으니까 더 이상은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경사로의 웅덩이들을 힘겹게 통과하고 현관문을 연 정계선씨는 여전히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바로 현관문의 턱 때문인데요. 전동 휠체어의 바퀴들이 현관문의 턱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질 뻔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현관을 들어서자 이번에는 문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각목을 받쳐보지만, 휠체어의 조그만 바퀴로는 문턱을 넘는 것조차 버겁기만 합니다.

정계선)
휠체어가 감당하질 못 하니깐, 앞바퀴가 올라와야 뒷바퀴도 따라서 올라오는데, 앞바퀴가 못 올라오니깐 (너무 힘이 들죠.)

겨우겨우 웅덩이와 문턱들을 넘고 집안으로 들어오는데만 수십분이 걸렸는데요. 정씨는 외출할때마다 매번 이렇게 사투를 벌입니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또 불편한 곳을 보여주겠다는 정씨. 이번에 그가 간 곳은 집 안의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의 변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는데요.

양손으로 변기와 화장실 문을 잡고 일어서서 변기위에 앉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데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화장실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은 화장실로 들어올 때보다 더 힘이 듭니다. 이때는 잡고 의지 할 곳이 없기 때문에 몸을 가누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정계선)
손잡이가 특히 필요해요 금방 보셨잖아. 이렇게 잡고 일어나는거 그리고 바닥 타일이 14년동안 한 번도 안 갈았어요. 너무 많이 미끄러워서 몇 번 넘어졌는지 몰라 샤워할 때, 옷을 입을라고 일어서다가 나가떨어져버렸어

앉아서 생활하는 정씨에게는 너무 높기만 한 가스밸브,전등 스위치와 인터폰.
키높이에 맞춰 낮추긴 했지만, 본인이 직접 재료를 준비해서 고쳤습니다.

구본승) 번동마을 어깨동무 대표
위급한 상황이 있을때, 호출을 해야되는데, (인터폰이) 높이 있어가지고 제때 통화를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거죠. 이 집은 이렇게 낮춰놨지만, 관리사무소에 낮춰달라고 하지 못 하는 대다수 분들은 여전히 높은 곳에 달린 인터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정씨와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이 십 수년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왔는데요.
이들의 보금자리를 관리하는 LH 공사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김병문) LH공사 임대자산관리처 차장
전국에 (영구임대아파트가) 126개단지 14만여호정도가 있는데, 장애인세대도 많이 있을거고요. 이 세대들에 대해서 장애인 편의시설 공사를 해주려면 많은 예산이 투입이 되어야 하는 실정이고요. 그러다보니까 저희 자체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고요. 국고지원이라던가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지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군데군데 불편한 곳 투성이지만 정계선씨와 다른 입주자들에게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그들의 불편한 보금자리가 편히 쉴 수 있고 아늑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LH공사의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계선)
내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면 괜찮은데,
(장애인들이 살기 좋을라면)아직 우리나라는 멀었어....
 <취재/촬영:정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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