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권고안 의견수렴 공청회…부처·기관 협력 더불어 성년후견특별법 제정 필요 강조

오는 7월 성년후견제의 시행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내실화 방안’을 담은 권고안 공개를 위해 지난 2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성년후견제는 민법개정에 따라 재산이나 신상에 관한 사무 처리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이들의 의사결정 등을 지원함으로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민법개정과 더불어 제도 시행을 위해 지난 달 가사소송법 개정안과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하지만 성년후견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며, 정부에서 새로운 제도의 목표와 방향 및 운영을 위한 세부적 방안을 뚜렷이 제시하지 않아 제도시행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인권위는 제도의 중심이 될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내실화 방안 권고안을 마련하고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마련했다.

 
 
“자기결정권 존중 위한 체계 구축에서 나아가 성년후견특별법 제정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기획조사팀 조형석 팀장은 성년후견제에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체계 구축과 관련 기관·부처들의 상호 협력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기본바탕으로 성년후견특별법 제정 등 중장기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피성년후견인들은 잔존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의 행위능력과 법률행위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성년후견제가 그들의 잔존능력에 따른 자기결정권을 잘 존중해나간다면 피성년후견인들에게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의미를 충족시키기 위한 성년후견제 내실화의 기본 원칙으로 인권위는 권고안으로 ▲의사결정능력상의 장애인 및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후견인 권한 행사의 보충성 ▲사회생활에서의 피성년후견인의 인권존중 및 차별금지 ▲관련 기관·부처들의 상호협력체계 및 모니터링체계 구축 ▲의사결정능력상의 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한 중장기적 개선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바로 ‘자기결정권 존중 지원체계 마련’ 이다.

조 팀장은 “기존 행위무능력자제도 하에서 채택된 상태적 접근방법은 의사결정능력의 쇠퇴 정도를 기준으로 파악해 피후견인의 개인적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의견결정능력상의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이들의 사회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맞춤형·한시적·부분적·보충적 우견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획일적·통일적 기준이 적용되면 안 되지만, 법원에 이에 대한 기준이 없어 종전 관행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피후견인의 생활상 필요를 파악하기 위해 피후견인이 접촉하는 가족과 친지, 사회복지담당자 등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를 판단하는 가사소송법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 또한 제도 시행의 큰 걸림돌이다.

이에 제시된 개선 방안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적정 후견심판 절차를 마련하는 것.

구체적인 방안으로 △피후견인의 참여 및 의견진술 보장의 실질화 △피후견인의 의사결정능력 판단 기준 마련 및 활용 △후견내용 심판과 관련해 표준절차 지침 마련 등이 개선사항으로 제시됐다.

조 팀장은 “사건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정확하고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사소통 전문가의 조력을 받고 편안한 환경의 제공 하에 사건 본인의 의사를 청문, 특성에 맞는 의사소통 도구를 활용하는 등의 방안으로 의견진술 보장의 실질화를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결정능력 판단 기준을 법원 내부에 마련해야 한다.”며 “후견심판에 있어 여러 관련자들의 의견참작과 심판 과정에 대한 표준절차 내지 지침마련과 더불어 본인 의사존중 방법과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성년후견제에서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중장기 개선 방안의 하나로 성년후견특별법 제정 또한 제기됐다.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보호절차와 의사능력에 대한 사정, 신상보호의 구체적 법위와 절차, 공공후견인제도 구축, 후견인 양성, 모니터링 등 제도 운영의 구체적 규정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실무적 혼란과 제도이용의 어려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조 팀장은 “후견 유형으로서의 성년후견 폐지, 한정후견 및 특정후견, 임의 후견으로 존치해야 한다.”며 “재산·신상 영역, 공적생활 영역에 걸쳐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사회통합 촉진 등을 위한 단행 법률 제정이 요구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질적 자기결정권 존중 위한 제도와 더불어 국민적 이해와 논의 필요”

한양대학교 로스쿨 제철웅 교수는 성년후견제가 ‘의사결정대행’이 아닌 ‘의사결정지원’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의사결정능력상의 장애인을 대상화하거나 배제·보호하는 제도를 채택해 왔다. 또한 금치산·한정치산자가 되면 300여개가 넘는 법령을 통해 사회활동을 할 자격이 박탈되거나 제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행위·소송·심판절차수행능력을 박탈당하거나 제한당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년후견제는 의사결정능력상의 장애인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 중대한 제도라는 것이 제 교수의 주장으로, 제도 안에서도 정확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성년후견제는 의사결정대행제도의 관점을 채택했지만, 민법 내에서도 여전히 행위무능력제도의 잔존물과 공존하고 있다.”며 “다른 법·제도의 영역으로 눈을 돌려 보면 행위무능력제도의 잔재는 끈질기게 남아있는 실정으로, 의사결정대행제도로부터 의사결정지원제도로 나아가는 것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분당서울대학병원 정신겅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의사결정능력의 정이와 기준 마련, 나아가 사회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년후견제가 기본 취지에 맞게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돼 있는 당사자의 인권과 권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신과 의사 등 의료전문가 뿐 아니라 법조계, 제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국가기관, 성년후견인으로 활동하게 될 잠재적인 구성원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공통되고 일관된 의사결정능력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국가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나아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활발한 교육과 홍보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애인당사자의 부모 입장에서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장애인부모회 김병학 부회장은 “일상생활을 위한 일용품의 범위가 법정후견 유형이 일치하는지 각 다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잔존능력을 행위능력 또는 판단능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해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추가적 논의를 주문했다.

한편 인권위는 공청회를 통해 각계 전문가들이 나눈 의견을 수렴해, 관계부처·기관에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한 성년후견제 운영을 위한 내실화 방안 마련을 권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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