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기 정덕희 대표

여보게나
걱정 근심 없는 사람 그 누구고
잘 살고 싶지 않는 사람 그 누구고
몸 아프기를 원하는 사람 그 누구고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선들바람이요
고독이 아무리 지독해도 비바람뿐이요
폭풍이 지나고 나면 고요하듯
사는 건 다 그런 거외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주검이란 한조각 구름이 사그라짐이라
서산대사가 입적하면서 썼던 이 글을 읊을 때 마다 나는 과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차피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채우다 가는 것을

 
 
언제나 희망 조언자가 되고 싶은 정덕희입니다. 최근에도 행복을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만 방송을 자제하고 강의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부르면 가서 강의하는 것이 제 원래 일이었다면, 이제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일하고자 합니다.

5년 정도 조용히 행복 충전소 ‘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행복 충전소 ‘품’은 자연의 품, 어머니의 품, 정덕희의 품도 될 수 있는 곳으로 사는 데 지친 분들을 치유하는 장소입니다. 황토로 담장을 쌓고 집을 짓는 등 옛 것의 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를 부르는 곳이 있으면 찾아갑니다. 사실 가방만 들고 여기저기 가는 것이 부담 없고 좋습니다. ‘품’을 만들어보니 찾아오는 사람의 기대치에 부응해야겠다는 심리적 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담장도 직접 쌓고, 벽난로도 직접 만들고, 침목과 꽃길도 제가 만들면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지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질은 부자인데 마음은 부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50년이라는 시간 안에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처럼, 물질은 얻었지만 잃은 게 너무 많습니다.

한국에는 끈적끈적한 ‘정(情)’이라는 정서적 문화가 있습니다. 서로가 엉겨 살던 문화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살아야하는 문화가 되면서, 높은 자살률 등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할 숙제이자, 대중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은 별 볼일 없는 제가 되돌려드려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품’에 찾아온 첫 손님은 제 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큰 회사의 연구실 쪽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딸의 몸이 비쩍비쩍 말라갔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곳에 들어가니까 스스로가 못 견뎌하는 것이었습니다. 심한 경쟁 속에서 딸은 ‘못 견디겠다’며 그만두겠다고 결정했고, 저는 ‘그만둬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기 전에 나와 내 주변부터 치유하겠다는 생각으로, 딸을 ‘품’의 기획부 총괄 실장으로 섭외했습니다.

딸은 분명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했던 생활에서 나와 곤지암 산골짜기에서 일하면서 울기도 하는데, 저는 지켜보기만 합니다. 젊었을 때 자신의 선택에 후회도 해보고, 스트레스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선택이 소중하다는 것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딸이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삶은 몸과 마음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몸과 마음을 나란히 이야기하고 함께 가도록 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칭찬하기도 하고 질타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나이가 60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환갑’이라고 해서 자녀를 결혼시키고 나면 머지않아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은 자녀를 결혼시키고도 40년가량을 혼자 견뎌야 합니다. 인생은 허무한 것이고, 앞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처럼 자신 또한 같은 길을 가기 때문에 아무리 수다를 떨고 재밌는 것을 좇는다한들 우울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내가 왕년에 이랬던 사람’이라고 지금 이 순간만을 살지 말고, 스스로 명상하고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남은 인생이 ‘이 맛이었네’, 무릎이 아프면 ‘60년 썼으면 반발을 일으킬 때가 됐다’라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게 딱 10년이라는 ‘복’이 주어졌고, 10년 뒤에는 그 복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삶이라는 것이 외롭고, 거칠고, 고단해도 ‘행복하소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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