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관련해 112 녹취록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이 급박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에게 자세한 집주소를 묻는 등 대응이 미숙했다는 주장이다.

6일 공개된 수원 성폭행 피살 피해자 A(28·여)씨와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그동안 전화통화가 15초 정도로 짧았다는 경찰 해명과는 달리 1분 20초 동안 접수자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중국동포 우 모씨에게 살해당한 A씨(28·여)는 오후 10시 50분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모르는 아저씨에게 끌려왔어요.”라고 신고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아저씨가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전화한다. 집은 주변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 성폭행 당하신다고요?” “자세한 위치 모르냐?” “누가 그러는 것이냐?” 등 급박한 상황과는 관련이 없거나 피해자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어 가해자 우씨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피해자가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며 전화가 끊어졌다. 결국 A씨는 토막 살해당한 뒤 13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은 그동안 피해자의 신고 내용이 15초 정도로 짧았고 장소도 나오지 않아 형사와 강력팀 35명을 동원해 휴대전화 기지국 중심으로 샅샅이 탐문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신고내용과는 정반대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저 정도 위치를 말했으면 금방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 “저 상황에 정확한 주소를 아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얼마나 무섭고 떨렸을까.”, “경찰의 대응이 좀 더 신속하고 정확했다면 피해자는 살해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등 공분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 늑장대응 관련자를 대기발령했다. 경찰청은 수원중부경찰서 김평재 서장과 조남권 형사과장을 경기지방경찰청 경무과로 각각 대기발령했다고 6일 밝혔다.

대신 경기지방경찰청 김성용 보안과장을 수원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이원희 핵안보기획과장을 경기지방경찰청 보안과장으로 각각 전보발령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에 대한 문책 차원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녹취록 전문이다.

# 112 : 112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신고자 : 예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112 : 못골놀이터요?
신고자 : 예.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 어느 집인지 모르겠어요.
112 : 지동요?
신고자 : 예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
112 : 선생님 핸드폰으로 위치조회 한 번만 해볼게요.
신고자 : 네.
112 : 저기요, 지금 성폭행 당하신다고요? 성폭행 당하고 계신다고요?
신고자 : 네네.
112 :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
신고자 :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112 : 지동초등학교에서.
신고자 : 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112 :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신고자 : 어떤 아저씨요. 아저씨 빨리요 빨리 .
112 : 누가 어떻게 알아요?
신고자 : 모르는 아저씨예요.
112 : 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

# (긴급공청)

신고자 : 저 지금 잠갔어요.
112 : 문 잠갔어요?
신고자 : 내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
112 : 들어갈 때 다시 한 번만 알려줄래요.

#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

신고자 :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112 : 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 번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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