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인간 이순신

 연희단거리패의 창작 뮤지컬 '이순신'(극본, 연출 이윤택)이 경상남도 방문의 해 기념 전국순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울산에서는 9월 26~28일 현대예술관 대공연장에서 한국 최고의 영웅 이순신이 부활했다.

 
 

 2008년 경상남도와 연희단거리패가 남해안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컨텐츠 제작을 목표로 제작한 뮤지컬 '이순신'은 2010년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발에 참가해 이순신 역의 주인공 민영기가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6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정조역으로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뮤지컬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엘리자벳’ 등 유명 뮤지컬 작품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실력파 인기 뮤지컬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역사와 함께 소용돌이 치는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갈등을 파헤치며 역사를 재조명하는 이 작품에서 민영기는 ‘성웅 이순신’에 가려진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진왜란 당시 40척도 안 되는 함대를 이끌고 23전 23승이라는 전 세계 해전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패의 신화를 남긴 이순신.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는, 끝없는 자기희생으로 백성과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평가받으며 힘들고 어려웠던 시대마다 국난 극복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정조대왕은 이순신의 업적을 최초로 알린 왕으로 유성룡의 징비록을 통해 알게된 이순신의 공을 백성들에게 알리며 국가의 힘을 강조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성웅 이순신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며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그러나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등을 거치면서 오랜 세월 영웅의 모습으로 박제되어 있던 이순신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없이 나약해지고 고뇌했던 한 인간으로 새롭게 해석되기 시작했다.

 작품 속에서 이순신의 연전연승은 직업군인으로서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결과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에서 패할 경우 가족들에게 닥칠 위협이 두려워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때를 기다렸음을 보여준다.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며 희망을 찾는 이순신은 영웅도, 성인도 아닌 보통의 아비이며 남편이며 아들일 뿐이다. 옥포해전에서 승리한 후 사천해전, 한산대첩에서 연승하며 전세를 역전시키지만 계속되는 전투와 부상, 연일 거듭되는 전투속에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내면의 갈등을 겪는 인간 이순신,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전쟁을 완벽하게 승리로 이끈 성웅 이순신은 언제까지나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힐 것이다.

 무대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거북선을 비롯한 실제 크기의 판옥선과 안택선 3척이 등장해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 웅장하면서도, 중간 중간 익살스러운 장면들을 삽입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의 역사와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창작 뮤지컬들이 활발하게 제작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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