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유서

이글을 읽게 된다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났단 뜻이겠지? 더 이상 사랑하는 모든 이와 말하지 못하며, 그들의 눈을 볼 수 없으며, 그들을 만지지도 못할 것이야. 너무 아쉽다.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난다는 게. 그 속에서 잊혀진다는게... 나는 어릴 때부터 관심 받길 좋아했지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잊혀지는 게 너무 두렵고 슬퍼. 내가 슬퍼하는 것 보다 더 너희가 슬퍼 해줬으면 좋겠구나. 나는 어렸을 때나 지금 죽음을 앞둔 이 순간이나 언제나 이기적이야 너희들을 위한다고 한 게 언제나 결과는 나를 위한 것이었어. 이런 이기적인 나와 언제나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나는 너무 즐겁지만 힘든 삶을 보낸 것 같아 나 혼자였으면 나는 견뎌내질 못했겠지? 스무 살에 만난 강유경, 이현진, 김혜림, 최예슬, 지예지. 잊지 못할 나의 친구들아. 나이는 같지만 너희보다 한참 어리게 행동한 나를 잘 이끌어 주고 나무라 줘서 고마워.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자식이 없어, 이런 날 외롭지 않게 평생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한편은 내가 귀찮았을 수 있지만 나를 너희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 너희에게는 고맙다는 말만 하게 되는구나. 내 평생 혼자 살면서 남은 거라곤 돈밖에 없어. 너희보다 먼저 떠나는 내가 너희에게 해줄 거라곤 이거 밖에 없구나.내 평생 함께 작업하며 동거 동락한 이현진. 스무 살 때부터 밤샘을 같이 해왔던 나의 친구야. 너와 뜻이 맞아 같이 건축사 사무소를 차렸었지.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 그렇지? 하지만 너와 함께 라서 이 정도의 큰 회사로 만들 수 있었던 거야. 이제 너에게 우리 회사 다 맡길게. 나보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제일 아끼는 아우디R8스파이더는 우리 제일 늦게 결혼한 예슬이 아들한테 줄게. 구형이라 싫다 하지 말고 잘 쓰길 바란다. 그리고 반평생 맥도날드에서 일한 우리지지. 이제 맥도날드에서 그만 일하고 니 명의로 맥도날드 차렸으니 네가 운영해라. 김혜림 둔둔이들 잘 돌볼 수 있지? 유기견 돌보미 협회 회장 넘긴다. 언제나 네가 부러워했었잖아 강유경아 언제나 옆에서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스무 살 때 일 년 동안 가있었던 호주를 잊지 못하던 너에게 내가 호주에 집하나 지어놨는데, 나는 시간이 없어서 한 번도 가보질 못했어. 가족들이랑 가서 편하게 지내. 내 몫까지 말이야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너희와 친구 한건 후회안해. 대신 후회하는 게 있다면, 내가 내 자신에게 쓴 시간이 얼마 없었다는 거야. 스무 살 때부터 언제나 시간이 촉박했었지. 어렸을 땐 용돈 번다고 시간 없고, 졸업하고선 돈 번다고 시간이 없었네. 혼자서 너무 촉박하게 보낸 것 같다. 우리 조카들은 이 이모처럼 살지 말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알겠지? 또 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산게 후회된다. 나에게 솔직함은 나나 모두에게 상처가 된 것 같아 후회가 되네……. 그 때문에 결혼을 안 한 이유도 있지만 너희가 가족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있으니 부럽기도 하드라 그것도 후회라면 후회일 수도 있겠지?사랑하는 친구들아 먼저 떠나는 나를 오래도록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나를 위해서 선물하나 해주지 않겠니? 내 사진 앞에서 우리들이 자주 췄던 춤 춰줬으면 좋겠어. 우리 그 스무 살 때처럼. 그리고 나를 잊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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