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소는 햇살같이 반짝였다

 훗날 이 글이 발견 된다면 난 이미 바다, 하늘 어디든 자유로울 것입니다. 

 저는 항상 인생은 짧고 굵게 살기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게 후회 없는 삶이라 믿어왔습니다. 남겨진 이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많지 않길, 해주고 싶었던 것을 다 해줬길 소망합니다. 그러면 저는 미련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우리 남편 이게 저의 마지막 말이니까 잘 들어주길 바라요.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미국 이였어요. 다른 회사였지만 프로젝트라는 우연한 기회에 우린 운명처럼 만났죠. 그때 남편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고 더욱 눈길이 갔던 거 같아요. 먼 타지에 와서 많이 의지가 되었던 남편에게 제가 많이 설레고 고마워했었어요. 제가 표현도 잘 안하고 시크해 보여도 사실은 남편을 엄청 사랑하는 거 이제는 알지 않을까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저는 참 이기적인 사람인거 같아요. 제가 처음 남편에게 아이를 갖지 말자 했을 때 남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곧 이해해 줬어요. 제 커리어, 제 인생을 위해서 어쩌면 남편의 인생을 뺏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한국에 들어가자 했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남편은 늘 저를 먼저 생각 해줬어요. 남편 본인보다도. 저에게 무슨 이런 복덩이가 굴러왔나 지금도 신기해요. 전 남편과 있었던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던 적도 후회 된 적도 없어요. 그래서 전 지금 살아온 인생에 만족해요. 이제 비록 남편 곁에 제가 잠시 떠나있지만 여전히 남아있을 거고 나중에 또 남편을 보러 갈게요. 그땐 제가 남편이 해준 그 행복들을 갚아 나갈게요.

 언니. 말썽꾸러기 동생이 언니보다 먼저 가게 됐네? 이때도 말 지지리도 안 듣는 다고 생각하겠어. 언니랑 어렸을 때부터 많이 다퉜지만 난 언니가 너무 좋았어. 그리고 언니 덕에 지금까지 버티고 꿋꿋이 살아 온 거 같아. 항상 내 등 뒤엔 내편이 돼주는 언니가 있었으니까. 언니에게 받은 많은 것들은 뭐로 채워도 부족하겠지. 꼭 이렇게 글을 써야 솔직해 진다니까? 괜히 자존심만 더럽게 세서 언니가 많이 고생이 많았을 거야. 못난 동생이 마지막 부탁 하나만 더하고 갈게. 내 유골은 화장해서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있는 납골당에 모셔줘. 그리고 내 다이어리는 같이 태워주라. 내가 살면서 잘한 일 중에 하나가 다이어리를 써온 거야. 내 일생이 담긴 다이어리 나랑 같이 보내줘. 그리고 엄마가 남겨주신 목걸이는 납골당에 같이 넣어주고!! 바라는 게 많다고 하진 않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은 내가 가장 예쁘게 반짝였던 20살의 사진으로 해줘야 돼. 늙은 할망구가 된 사진 해놓지 말고 내 인생 누구보다 빛났던 그 시절 사진으로. 누구보다 반짝였던 한 여자가 살았다고 잊혀 지지 않도록. 부탁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너희와 친구였다는 거. 내 인생이 보다 갚진 이유는 너희가 있었기 때문이야. 지원아 고등학생 때 우리 모습 기억해? 커서 같은 동네에서 살자는 말.. 결국 이뤄졌어. 속상한일 있으면 하소연하고 같이 놀고 먹고 너랑 있을 때 내가 그 학창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 같아. 네가 친구들에게도 내 친구 안소희는 정말 즐겁게 살았다라는 거 잘 전해줬으면 좋겠어. 사람이 살다 보니까 별거 아닌 일로 사람이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가장 어려운 게 인간관계라는 걸 느꼈어. 너희라는 인연을 만난 내가 참 인복이 많이 사람이란 것도. 말로 다 표현 하지 못할 정도로 고마워.

 그리고 아프리카에 후원하는 제 아들 딸 들이 있습니다. 후에 그 아이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적금이 있어요. 그것과 함께 그 아이들에게 제가 남겨놓은 편지를 보내주세요. 제가 키우는 반려견인 보리는 남편이 키워줘요. 밥도 제때주고 간식 달라고 보챈다고 많이 주면 안돼요. 지금 살고 있는 수원에 있는 아파트는 남편이 계속 지켜줘요. 그리고 보험금은 언니에게 상속합니다. 주식과 펀드, 적금은 불치병 백신 개발을 위한 단체에 기부합니다. 살면서도 안한 기부를 이렇게라도 하고 가려합니다. 자동차는 여식팸에게 남기는 제 마지막 곗돈이 되겠네요.

 마지막 당부로 절대 제 장례식장에서 울지 마요. 저는 행복하게 떠나니까요. 슬퍼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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