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말

 

 

살아생전에 이 글을 써놓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몇 자 적어본다.
지금까지 내 삶을 돌아보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내 반려자를 만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들을 얻었고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하지 않은 삶은 후회가 된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에 대해서도 옳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러질 못 했다.
삶의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해야 했고 그 선택에 당당해야 했다.


죽을 때가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부모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니 내 자식들아 남은 너네 아빠에게 조금 더 잘하고 싸우지들 말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라. 너희를 낳아 기르면서 잘 기르고 있는지 잘못되는 건 아닌지 언제나 노심초사였다. 그렇지만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평생 같이 하며 같은 날 떠나자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당신을 만나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고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어.
나 없다고 너무 울지는 말아. 가끔 보고싶을 때 생각이나 해줘.
또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많이 놀러 다녀.
봄에는 꽃구경도 다니고, 여름에는 물 맑은 곳으로 해외여행도 가고, 가을에는 산에 단풍 구경도 가고, 겨울에는 설경도 보고 빙어낚시도 가고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내 곁으로 와서 재밌었는지 이야기나 들려줘.


제일 중요한 재산 문제.
재산은 너희들 모두 공평하게 20%씩 나눠가지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할 거다.
너희 모두 부족함 없이 지낼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자리를 잘 잡았으니 큰 돈은 딱히 필요치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남겨줄 거라고는 재산밖에 없으니 조금 남긴다.
노력 없이 얻은 돈은 허투루 쓰기 마련이니 조금이라고 섭섭해하지 말고 원래 없는 돈이다 생각하고 정말 급할 때 사용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내 육신은 없어지지만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끔 전 세계의 하늘에 뿌려주길 바란다. 하늘에 있는 새처럼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살아왔으니 죽음에 있어서도 내 뜻에 따라줬으면 한다.

그리고 남은 친구들에게
어차피 너네도 곧 오게 될 거니까 먼저 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와서 오래간만에 만나 이야기나 하고 재밌게 놀다 갔으면 한다. 그렇다고 너무 신나게 놀면 내가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니 슬퍼하는 척이라도 조금 해줘라. 너희를 만나서 내 추억들이 빛날 수 있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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