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바쳐 사랑했던 이들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영원히 먼 길을 떠나기는 싫어 편지를 남긴다. 아마 이 편지를 읽을 너희들과 너희 엄마는 살아생전 나에게 아들로서, 아내로서, 가족으로서 온 마음을 다해서 잘 해주었기 때문에 후회보다는 그리움으로, 내가 떠난 슬픔을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
   먼저 내 시신은 화장을 해서 동해바다에 흩뿌려 주길 바란다. 너희 엄마와 너희 곁에 머물고 싶기도 하지만 바닷길을 따라 넓은 바다를 맴돌고 싶구나.그렇게 떠돌다가 너희 엄마와 만나게 된다면 그 또한 기쁜일이다. 그리고 제일 처음으로 너희 엄마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적어본다.

   여보 먼저가서 미안하게 생각해요.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알아가고, 닮아가고 당신에게 기대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가네요. 당신을 만나고 이제 생의 마지막을 앞둔 지금까지 순간순간이 행복했어요. 나는 열심히 또 행복하게 살았던 이번 생 한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는 군인으로, 당신은 군인의 아내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던 것, 때문에 가정에 더 충실하지 못했던 것, 나 없는 동안 당신 혼자 보냈을 수 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다음 생에 또 다시 인연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진부한 말들은 여기서 끝마칠게요. 고마웠고 사랑했어요.

   사랑스런 아들들아 멋지게 자라주어서 고맙다. 너희들의 아버지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누군가가 너희의 가치를 조금 몰라준다면 그것은 참으로 속상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너희들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너희도 결혼을 해서 어느덧 나에게도 손자 손녀가 생기고 그들도 모두 너희들과 같이 잘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행복한 너희 가족을 볼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한다. 너희들도 충분히 나이를 먹었고 이제 인생에서 두번째 기회라는 나이로 접어들게 되었구나. 늙어간다는 표현이 더 와닿을 것이다. 아이들이 빠르게 커가고 너희들은 아버지로서 열심히 살아가느라  처음 결혼을 결심했던 때만큼 아내를 아껴주고 표현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같이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도록 해라. 너희들은 나보다는 훨씬 감각이 있는 터라 잔소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 또한 너의 아버지로서 생전의 마지막 편지니 이해하거라.
누누히 말했지만 너희들 만의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거라 어쩌면 인생에서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보다 올라가는 과정이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일지 모르겠다. 또한 삶에서 부정적인 곳에 에너지를 쏟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들이니, 너희들이 항상 긍정적으로, 너 자신을 믿고 사랑함과 동시에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아껴쓰고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며 정직하고 너희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삶이라는 기회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보낸다면 나와 같이 이번 생 한번으로 족할 것이다.마지막으로 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너희 엄마를 잘 챙겨주길 바란다. 고맙고 사랑한다.

   아참, 재산문제가 남았구나. 군인으로 살아온 아빠가 재산이 어디 있겠냐마는 전역 후에 조금씩 모아둔 연금과 너희 조부께서 물려주신 경상북도에 땅이 조금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 장례식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는 친구가 운영하는 재단에 이미 기부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는 말거라. 물론 너희들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인생이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니 너희가 판단하여 되찾거나 그대로 진행시키거라 아직 절차를 끝마친 상태가 아니라 너희 엄마와 내가 동의를 했고 최종적으로 너희의 최종 서명만이 남은 상태다. 필요한 상황이 생기거든 둘이서 꼭 반씩 나눠 쓰도록 하고 모자란 부분은 서로 도울 수 있도록 해라. 그리고 엄마걱정은 하지 말거라 엄마이름으로 내 연금이 계속 나오고 있고 너희도 알지만 너희 엄마도 따로 재산 계획을 가지고 계신단다.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해야겠구나.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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