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어느덧 내가 죽을때가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내 나이거 거진 80이니 너희들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희끗희끗 하구나. 너희들에게 나는 좋은 애비였는지는 몰라도 나에게 너희들은 좋은 자식들이였다. 내가 가더라도 너흰 슬퍼하지말거라. 나 어렷을때 80이면 호상이라 하였다. 더군다나 생명이 있으면 언젠간 죽게 되어있는게 세상 이치니라. 너희 어렸을때가 생각나는구나.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새끼손가락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다닐때 그 무엇도 부러울께 없었는데 요즘 너희는 마누라 손마저도 잡지 않고 자동차 핸들만 잡는구나. 예전엔 후회없이 살았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유언장을 쓰다보니 후회되는게 많구나. 나의 부모에게 더욱 효를 행하지 못한것과 배우자와 많은 시간을 다니지 못한것, 너희들에게 많이 남겨주지 못하는게 후회가 되는구나. 내가 죽거든 장례식은 간단히 치루고 절대 납골당에 나를 넣지 않았으면 한다. 시골집 마당에 나의 가루를 묻고 그 위에 과일 나무 한그루 심어 놓거라. 죽어서라도 너희에게 안식이 되고 지켜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싶구나. 건강해라 얘들아. 

 부인 대학교 1학년때 우리 처음만나 지금껏 살아왔는데 혹여 질리지는 않았소? 내가 모질게 할때 그대 맘이 아프지는 않았소? 그래도 어쩌겠소 당신이 나를 선택한것인데. 부인 그래도 내가 당신보다 오래살아 다행이오. 참 고맙소. 과분할 정도로 나를 챙겨주는 당신덕에 나는 지금껏 버텼던 것인데 당신 없으니 사는게 영 재미없어서 저승으로 찾아가야겠소. 벌써 딴놈과 붙어먹고 있나 걱정이 되는구려. 부인 더욱 많은 사랑을 못해줘서 미안하니 저승에서라도 갚겠소. 얼른 보고싶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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