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언니에게

이 글을 쓰기까지 며칠이란 시간을 흘러보내야했는지 모릅니다.
살아생전 내 손으로 직접 글을 남길 수 있을때 그대에게 글을 쓰려 종이를 붙들고 책상앞에 앉으면 5분도 채 지나지않아 종이가 가냘픈 눈물로 흠뻑 젖어버리지 뭡니까.
내가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이었나 싶을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자꾸 못해주었던 것들 당신에게 못되게 굴었던것들만 떠오릅니다.

나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남을 부러워 한적 없이 자랐습니다.
8살 어린 남동생이 태어났을때, 고작 8살난 내가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람이자 가장 외로웠던 사람이었을때 그때부터 나는 당신에게 기대어 왔던것 같습니다.

바라고 바랐던 남동생이 태어났지만, 모든 사랑이 그 아이를 향할때 나를 말없이 보듬어 주었던 그대.
그대에게 내가 동생이라는 존재로 태어났던날의 서러움을 사랑으로 승화시켜 나를 안아주기까지 그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왜 그때는 그대가 가진 언니라는 이름에는 외로움이 있을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까요.
한번도 고맙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 저를 용서하길 바랍니다.

제게 당신은 부모님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남매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만큼 부모님이 제 또래의 부모님들보다 연세가 많아 저를 이해하지 못할때, 그대가 항상 제 편에서 나 몰래 부모님을 설득 시켜 제가 도전하는 사람이 되게끔 도와준것을 알고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일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것을 다 알고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을 희생하여 나를 응원해준만큼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도 이제서야 전해봅니다.

저는 눈을 감고 세상과 이별하는것보다 이번생에 당신의 동생 자리를 이렇게밖에 채우지 못한 점에 대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부디 다음생에는 당신이 나의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합니다.

저의 흔적은 존경하고 사랑했던 부모님이 계신곳에 화장을 하여 묻어주십시오. 제사 대신 매년 기일에는 바쁘더라도 당신과 동생이 함께 부모님과 우리3남매의 소중했던 추억으로 나를 기억하며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나와 부모님을 찾아와 내가 잠든곳에 하얀 국화보다는 화려하고 예쁜 꽃을 생화로 한송이만 올려주세요.

마지막까지 이렇게 부탁만 하는 사람이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아둔 돈이라곤 제 집 안방 3번째 서랍에 있는 통장 하나가 다입니다. 그 돈으로 그동안의 제 병원비를 정산해주세요.
보험비 수령자는 당신입니다. 그리 큰돈이 아니니 부담스러워하거나 아끼지 말아주세요.
하고싶은것들 입고싶었던 옷들 가지고싶었던 물건들을 아낌없이 사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 집과 차는 동생의 명의로 바꾸어 두었습니다.

내 모든것을 다해 사랑하는 그들에게 주고 갈 것이 이것뿐이네요.

나는 부모님과 당신 그리고 내 동생의 가족이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눈물이 난다면 마음껏 울어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제 글솜씨가 너무 좋아 어쩔수없이 눈물이 나는거라며 핑계를 대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철부지 여동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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