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소설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현실에 투영해내면서, 동시에 지금 사람들의 모습을 꼬집고 있었다. 사실 작가가 경고하고 싶어하는 위험이 무엇인지는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작품은 전체적으로 빨간 불과 경고음으로 가득 차있었다. 책 속의 핵심은 재난 여행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많은 것들이 과거와 달리 상품화되고 있다. 여성성을, 외모를, 문화를 모두 자본의 가치로 바꾸어서 보는 것이다. 책 속에서의 상품은 바로 재난이다. 재난이 일어난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재난이 당사자에게는 비극 그 자체이지만, 상관없는 타인들에게는 한낱 유흥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 재난여행은 없다. 하지만 정말로 현대사회에서 누군가의 비극을 다른 사람들이 유흥으로서 소비하는 일이 없는지는 좀 더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유흥으로서 소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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