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형과 함께 서면에 있는 요양병원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시간이 될 때마다 요양병원이나 장애인시설에 봉사활동을 가는데, 이번에 다녀온 곳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병원은 거의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축해서 화장실에 모셔가거나, 점심을 드실 때 입에 음식을 떠 넣어드리면서 그냥 눈물이 났다. 여기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오셨을텐데, 지금 이렇게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계신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요양보호사님께 들으니 자녀들이 찾아오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그 날 봉사를 갈 때 내가 손목이 아파서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께서 20분 정도 간격으로 내게 손을 왜 다쳤냐며 걱정해 주셨다.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셨지만 나는 몇 번이고 친절히 답해 드리면서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내가 피곤하고 힘들 때 외할머니께서 이것저것 물어보실 때 사실은 조금 짜증이 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우리를 위해서 늘 기도해 주시고, 맞벌이 부부인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병원에 데려가 주시고 밤새 간호해주시고 무엇이든지 제일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시려 하셨는데 그런 감사함과 은혜도 모르고 짜증을 내었다니 정말 내가 생각이 짧은 사람이었다.

 재작년에 외할아버지께서는 천국으로 가셨다. 바쁘다는 핑계로 혼자 계신 외할머니를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도 거의 안 드렸던 것이 정말 죄송했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를 하면서, 올해 85세가 되셨지만 맑은 정신으로 혼자 힘으로 생활하고 계신 외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전화도 드리고 같이 식사도 하고 말벗도 되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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