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북촌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에 다녀왔다.

손을 눈 앞에 가져가도 어디 있는지 모를정도로, 공평한 어둠 속에서 그저 지나가는 일상을 만나는 일이다. 아니, 일상이라기엔 좀 더 여유롭고 여행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 삶이 그만큼 팍팍해져간다는 거겠지. 어쨌든 되짚어 보면 그 안의 모든 것은 로드 마스터님의 목소리로 시작해 마쳤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준 불금 팀과 몰라 팀 여자분 남자분. 그 안의 모든 곳에는 로드 마스터 님과 그들 함께의 목소리와 향기, 존재가 베여 있었다.

그리도 깜깜한 어둠은 잘 느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잘 때마저 달빛이나 콘센트 빛으로 방해받는데 뭐. 들어가자 조금 어지럽기도, 졸리기도, 두렵기도 했다.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접어 들어가며 확실해 졌다. 빛이나 어둠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것들 중 하나, 그 뿐이라고. 본질은 그대로이다. 어쩌면 그 안이어서 더 상상을 하고, 주위보다 나의 느낌이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함께 있는 사람과의 연결에 대해서 좀 더 떠올렸다. 그 시간에서조차 안일하고 무례하게 느껴졌을 점도 있었을 거다. 어쨌거나, 그런것들이 보다 작게 접어들면서 종래엔 편안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다른 감각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시각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또 그것조차 대충 생각해 넘겨버린다는 것을 느꼈다. 참 많이도 속는다. 조금 더 쉬엄쉬엄 살면서, 다른 여러 감각들도 들여다 봐야지. 우리의 시간은, 이야기들은 소중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게끔. 조금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어둠 속의 대화>는 널리 퍼져 지금은 전 세계 32개국 160지역에서 함께하고 있다. 한국에는 2010년부터 서울 신촌에 자리잡았다가 2014년 북촌으로 이어져 현재 운영하고 있다. 기획전시가 꾸준히 오래가기 힘든데, 그래도 아직 그만큼의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내용이 좋았지만. 내 의지로 이 삶안에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누군가와 나누는 이야기를.

입장료가 약간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는 어둠의 관심을 좀 더 받은 사람들의 일상에 살며시 녹아 들어간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 겪어 봤으면 좋겠다. 조금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사람에게 특히나 더 추천해주고 싶다.

관련정보) 1 회당 약 1시간 30분, 15분 마다 1회 진행, 성인 3만원 청소년 2만원.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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