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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만든 ‘이산화탄소 홍수’…호주, 석 달 새 1년 배출량 넘겨
이세민 청소년 기자  |  lovings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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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3  13: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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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호주 남동부의 사진은 이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뉴사우스웨일스주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은 넉 달째 확산일로를 걸으며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을 보면 산불로 인한 연기는 솜털 같은 질감을 보이는 주변 구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빛이 바랜 누런 도화지 같은 색감을 띠면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길게 뻗은 연기는 수도인 캔버라 주변 하늘을 휘감은 채 뉴질랜드 방향으로 이동한다. 산불이 만든 짙은 연기는 호주 해안선의 형상마저 지웠다.호주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일어났던 아마존 산불보다도 2.5배 많다. 아마존 밀림처럼 ‘지구의 허파’라는 상징성을 덜 지녀 상대적으로 주목을 늦게 받긴 했지만 호주 산불은 일반적인 화재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불은 나무가 타며 대기 중으로 날아간 이산화탄소가 다시 자란 나무에 의해 흡수된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적인’ 현상이라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이번 호주 산불은 상황이 다르다.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단기간에 배출되면서 이를 흡수할 산림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호주 과학자 단체인 ‘세계 탄소 계획’의 펩 카나델 회장은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이번 호주 산불로 타버린 산림이 탄소 흡수 역할을 다시 하려면 100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류에게 그런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금세기 말까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묶지 않으면 지속적인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게 최근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결론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한 현시점에서 산불을 ‘탄소 중립’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건 비판적으로 접근할 일”이라며 “산림을 다시 조성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더 우려되는 건 이런 대규모 산불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구촌에서 만성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드니대 소속 재난위험 전문가인 데일 도미니호스는 비즈니스 인사이더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더 격렬한 산불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나무와 흙의 수분을 증발시켜 숲을 바싹 마른 장작처럼 만든다는 얘기다.이런 걱정은 이미 기우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됐다. 열대인 남미 아마존, 한대인 러시아 시베리아, 온대인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지역적 특색을 가릴 것 없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산불이 지난해 발생했다. 불이 난 원인은 인간의 방화나 자연적인 현상 등 다양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화재가 번진 건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 때문이라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대형 산불을 만들고, 대형 산불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면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기후변화라는 걱정거리를 넘겨 줘선 안된다는 표현은 최근 들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기후변화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걱정거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성큼 다가온 재앙의 전조 앞에 ‘지구의 과열’을 식힐 가시적인 행동이 당장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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