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화성과 정자(남성 생식세포)의 공통점?!

 
 
 
 
▲ 세차 운동
▲ 세차 운동

 우리는 흔히 남성의 생식세포인 '정자'가 올챙이처럼 좌우로 꼬리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간다고 배워왔고 누구도 이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전 7월 31일, 영국 브리스톨대학과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공동 연구팀이 정자의 움직임이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서 과학계를 놀라게했다. 
 네덜란드의 과학자이자, 뛰어난 현미경 제작자였던 안토니오 반 레벤후크는 곤충, 머리카락, 구정물, 손톱 등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뭐든 현미경으로 살펴보았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정자까지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정자의 움직임을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꼬리를 흔들고, 물속의 장어와 같이 헤엄친다.'고 묘사했다. 레벤후크가 작성했던 정자의 움직임에 관한 기록은 300년 동안이나 정설로 이어져 우리의 학창시절 성교육 시간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영광의 기록이 깨졌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에 2차원 현미경으로 정자를 관찰했던 레벤후크와 달리, 현대의 연구팀은 1초에 5만 5,000번의 촬영이 가능한 입체 카메라와 각종 장비를 도입해 정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정자는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나아가지 않았다. 대신, 한 방향으로만 꼬리를 움직였다. 양옆으로 열심히 꼬리를 움직이리라 생각했던 정자의 모습은 알고 보니, 2차원 현미경이 불러온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한방향으로만 움직이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이유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와 화성의 '세차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세차 운동이란,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의 회전축이 회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회전하고 있는 물체에 '돌림 힘'이 작용하면, 물체가 움직이게 되는 것인데 지구와 화성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정자도 중심인 머리가 세차 운동을 하기 때문에 난자를 향해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정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밝혀낸 이번 연구는 훗날 남성 불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남성용 피임약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공동 연구팀의 성과가 과학적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치료제의 탄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대된다.
 이처럼 과학이론은 영원할 수 없다.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도 미래에는 부정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당연하고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오늘 날의 공동 연구팀처럼 300년 동안 정설로 여겨진 기록에 궁금증을 가지고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자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참고자료: YTN 사이언스 '그것이 궁금하다' - 우리는 정자의 움직임을 잘못 알고 있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자'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