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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통증에도 넘지 못한 ‘장애등록 문턱’장애유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복지 사각지대와 편견 속 고통 더해 박 모 씨 “마약성 진통제 복용하고, 지난해에만 16차례 응급실 행”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신체·정신적 손상으로 사&
정두리 기자  |  kmstv0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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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6  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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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판정을 받은 박 모씨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15가지 장애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복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1항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HIV감염인, 뚜렛 증후군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다면 이들은 장애인복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인정받고 복지 지원과 서비스를 받으려면 반드시 장애인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고, 15가지 장애유형에 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 보다는, 장애유형 기준에 해당되는지가 우선되고 있는 장애인 등록제도.

장애인 등록이 누군가에게는 사회로 나아가는 또 다른 ‘문턱’이 되고 있다. 

“저는 오랜 기간 아팠습니다. ‘아프다’라는 말은 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약 8년이라는 세월을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이 고통을 견뎌 내야 하는지, 죽는 순간 까지 지속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의 삶은 180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24시간 지속되는 통증을 견뎌내야 하고, 칼로 찌르고 난자하는 듯한, 불에 타는 듯한, 견디기 힘든 통증으로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돌발통으로 119에 실려 응급실을 드나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살인적인 통증을 견디느라 저의 어금니는 모두 금이 가고 부셔졌습니다.”


박OO 씨는 장애등록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고통이 시작된 것은 2012년 1월. 종합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이동식 내시경기계에 오른쪽 발목이 끼는 큰 사고를 당했다. 이후 정형외과에서 상처부위의 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부종·이질통 등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2017년 8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 확진을 받았다.

박씨는 발목에 극심한 통증이 계속 이어져 불타는 듯한 작열통과, 2~3일에 한 번 꼴로 느껴지는 돌발통(칼로 난자당하는 느낌의 통증)을 겪고 있다. 통증을 이기기 위해 매일같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야 했고, 복부에 척수신경자극기를 삽입해 1주일 간격으로 신경차단술을 받고 있다.

통증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올라올 때는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 몰핀을 주입해야 간신히 통증을 완화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에만 16차례나 응급실을 찾았다. 이 중 네 차례는 NRS 통증평가 수치의 최대치인 10점에 이르기도 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우측 발목 부위와 좌측 발목 부위 간의 체온 비대칭 및 우측 발목부위의 운동 범위 감속, 관절 강직, 근력저하가 나타나면서 보행도 어려워 졌다.

현재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시간은 5분 남짓 밖에 되지 않아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며, 격일로  번갈아 남편과 언니의 도움을 받아 출퇴근 하고 있다. 목욕할 때도 통증으로 인해 샤워기를 약하게 틀어 물을 조금씩 떨어뜨리는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특히 부상부위에 찬물이 닿으면 통증이 올라올 수 있어 뜨거운 물만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5일 오전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병한 이후 스스로 걸을 수 없고, 노동능력 상실, 예상할 수 없는 돌발통의 발생 등으로 인해 환자 간호가 아닌 손쉬운 노무 외에는 종사하지 못하게 됐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박씨는 15가지의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으로서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일상은 꿈을 꿀 수도 없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을 수 없어 집 앞까지 택시를 불러 출퇴근해야 하고, 앉아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휠체어를 타야 합니다.

…… 직장 동료들은 통증으로 인해 우울감과 거동이 불편한 상황을 두고, 단순한 무기력증으로 오해합니다. 진통제를 털어 넣으며 사력을 다해 견디고 있는 저를 보고 ‘멀쩡해 보이는데 아픈 것이 사실이냐’고 편견어린 질문을 합니다. 저 자신의 몸 상태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박씨는 용기를 내 지난 13일 관할 지자체에 장애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는 스스로의 생존과 생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막막함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많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적어도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하는 마음도 담았다.

그리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얼마나 힘든 통증을 견뎌야 하는지, 이로 인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공식적인 장애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진단을 받는 것 자체도 힘들고, 장애 인정 기준도 의료적 진단기준 만큼 엄격해 장애등록에 있어서 통증을 단순히 주관적인 증상으로 치부해 인정해주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각종 최첨단 의료 기기의 검사 정확성도 중요한 기준이지만, 무엇보다 환자만이 느낄 수 있는 증상도 중요한 단서로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같은 사람도 장애인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지금의 장애인 등록제도가 바뀔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애계 “15가지 유형으로 제한하는 장애인 등록제도 문제”… 복지부, 적극 검토 입장 밝혀

박씨와 같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은 15일 오전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5가지 장애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합당한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장애계 관계자들은 현행 장애인 등록제도와 유형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장애유형과 등록제도 때문에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는 장애와 관련해 심사와 판정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바라보는 체계로 바꿔가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 역시 “우리나라 장애인 지원체계는 신체적·정신적 손상으로 장애를 규정하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고,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으로 등록해야 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인 연금은 물론, 장애인 주차구역 이용도 장애등록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장애는 사회적 문제다. 어떻게 장애를 바라보고, 어떤 지원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진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사회의 변화에 따른 개선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장애인복지법 내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은 뚜렛증후군에 대한 장애등록 거부가 위법이라 판결한바 있다.

15가지 장애유형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장애의 판정을 위한 절대적 준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 것으로,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제약을 받은 자’에 해당하고 장애등록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뚜렛증후군 환자 A씨는 지난 5월 정신장애로 장애등록을 마쳤다. 장애정도판정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첫 번째 장애등록 인정사례였다.

보건복지부 역시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에서도 적극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전했고, 기자회견 현장에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장애계의 의견서를 전달받았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오른쪽)가 보건복지부 담당자(왼쪽)에게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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