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역에서 전장연 활동가 승차 막혀… ‘무관용 원칙’ 재확인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조정안 수용 등 진정성 있는 대화 나서달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지하철 행동’을 본격 재개했다.

2일 전장연은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입법쟁취 1박 2일 1차 지하철 행동’을 재개 선언했다.

이날 전장연은 지하철 출근전을 위해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 방향으로 탑승 시위를 펼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막아서며 승차를 저지당했다.

이에 전장연은 신년 결의대회, 자립생활운동가 우동민 열사 12주기 추모제 등 이후 계획돼 있던 일정의 장소를 삼각지역으로 변경하는 한편, 서울시와 정부에 지하철 승차를 허용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그동안 장애인도 감옥 같은 시설과 방구석이 아닌, 지역에서 이동하고 함께 살기 위해 지난 1년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관련 입법을 외쳐왔다.”며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끝내 장애인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는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모두 부정당했다. 당연한 권리가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의해 외면당했다.”며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투쟁을 포기하지 않겠다. 이에 2023년은 ‘장애인들의 시민권’ 보장에 함께 하고자하는 시민들과 다양한 방식의 ‘지하철 행동’을 제안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들.

22년간 이어온 투쟁… 이동권,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등 ‘외면’

앞서 2001년 1월 22일, 전장연은 지하철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추락한 참사 이후로 장애인들은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예산으로 반영할 것을 국가에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 2021년 12월 세계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지난달 20일까지 지하철 출근전, 삭발식 등 지하철 행동을 지속하며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 결과 국회는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 약 1조3,044억 원 중 51%에 해당하는 6,653억 원을 의결했으나, 최종적으로 통과한 증액안은 최초 요구안의 0.8%인 106억 원에 그쳤다.

이에 전장연은 지하철 행동을 재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새해를 맞이해 세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새해를 맞이해 세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지하철 행동 막아선 서울시… 전장연, 정부와 서울시에 ‘면담 요청’

이날 농성에 나선 전장연은 예산 반영을 외면한 정부에 비판을 이어가는 한편,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서울시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교통공사가 내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에 의도적인 열차 운행 늦추기를 중단하라는 강제 조정안을 냈다.

또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킬 경우, 1회당 500만 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라고 했다.

이에 전장연은 재판부의 조정안을 일단 수용하기로 하고, 지하철에 5분 내에 탑승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지난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1년 동안 전장연이 시위로 열차를 지연시킨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도 서울시가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간 (열차 지연으로) 손해를 본 것이 6억 원 정도.”라며 “지하철을 연착시키게 되면 민·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해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여파로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 막혀 지하철 행동을 저지당했다. 출입구마다 전장연 활동가를 가로막으며 시위를 이어가지 못하게 한 것.

이에 따라 전장연은 삼각지역 안에서 1박 2일간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지하철 승차를 막아선 경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지하철 승차를 막아선 경찰.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는 “지난해 장애인권리예산을 1년 내내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지하철 행동을 이어가려 한다. 이 자리는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했다. 무관용이라는 것은 22년간 인내하면서 참아왔던,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에 비해 오히려 적반하장의 이야기.”라며 “이번 1박 2일 투쟁은 삼각지역 농성으로 변경해 진행한다. 지하철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박 상임대표는 “우리는 정부에 면담 요청서를 발송했다. 3월 23일까지 면담을 요청한다. 해당 문제를 대화로 풀어갔으면 한다.”며 “정부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장애인들의 시민적 권리가 어떻게 보장될지, 정부의 책임을 어떻게 다할지에 대한 면담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면담을 요청한다. 우리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동안 지하철 행동이 어떻게 진행하게 됐는지 설명을 들어주길 바란다.”며 “나아가 조정안 의견 제출일인 1월 4일까지 수용 의사를 밝혀주길 바란다. 앞으로 평화로운 시위가 진행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지하철 행동에 서울교통공사는 법원의 강제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조정안 불수용과는 별개로,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지하철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1역 1동선을 100% 확보할 방침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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