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이다

 
 

대략 나의 19년 인생동안 최종목적지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던 대학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달하기 전, 대학에서의 삶을 생각했을 때 나는 내가 사회의 한 지식인으로서 학문을 탐구하고 자유와 진리를 외치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에 입학해서 경험해보니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많은 거리가 있었다. 갑자기 나에게 시간적으로 자유라는 것이 생겼고 이것을 잘 관리하지 못하여 허무하게 버리는 시간들이 늘어만 갔다. 그러나 내가 대학에서 해야하는 것은 분명히 있고 대학에서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 남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보편적인 삶의 지침이 아닌 내가 대학에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자율적인 생활관리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살아오는 동안 작게는 부모님, 선생님의 지시 아래, 크게는 학교라는 촘촘히 짜여져 있는 계획표 아래 내 삶을 맞추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름 하루를 돌아보면 그래도 오늘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는 때가 많았는데 대학교에 오니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스마트폰으로 허무하게 버리면서 공허함을 느끼는 때가 늘어났다. 또한, 기숙사에 살며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빨래, 청소 등을 하게 되면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활공간에 대한 책임 역시 갖게 되었다. 대학은 홀로서는 사회인으로서의 가장 비슷한 환경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인 만큼, 내 공간에 대한 책임, 후회 하지 않을 만한 시간관리는 필수적이다. 둘째, 학업에 대한 열중이다. 고등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나에게 대학에 들어오면 미친 듯이 공부만 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지키기에 쉽지 않은 나와의 약속이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보다 더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한스러울 때가 많았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취업을 위한 학점취득 목적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학문 탐구의 진정한 흥미와 전문적인 심화 학문의 탐구는 분명히 내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리라 확신한다. 또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에 의해 내가 가진 꿈을 이루지 못하고 후회하는 길은 절대 걸어가고 싶지 않다. 나에게 맡겨진 가장 큰 과제인 학문을 열정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경험이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술, 담배, 클럽 등의 일시적 쾌락에 불과한 것들이 아니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나의 인생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19년 동안 여러 제약들에 의해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것들은 이제 나의 의지에 맡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생기부 기록용이 아닌 타인을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봉사활동, 다른 문화들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언제나 큰 깨달음을 주는 독서 등은 나의 삶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그 경험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힘 뿐만 아니라 시간 없다는 핑계로, 스마트폰으로 시간 낭비를 하는 나 자신에게 승리하는 능력을 줄 것이다.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고등학교 때 열심히 하고 대학에서는 술, 연애 등을 하며 즐기는 곳이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 속에 자리잡고 있다. 목적이 전치된 것이다. 나는 대학에 들어온 이 시기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 시기이다. 나에게 모든 것이 맡겨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결심한다. 나에게 맡겨진 생활, 학업, 내가 선택하는 경험들을 멋지게 해내겠다고. 오늘의 내가 모여 내일의 더 큰 나를 만들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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