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상태(왼) / 물을 흡수 했을 때(오) 고분자 중합체의 사슬                                                                 출처:TED
▲일반 상태(왼) / 물을 흡수 했을 때(오) 고분자 중합체의 사슬                                                                 출처:TED
▲실제 실험 전 / 후 뇌 조각 크기. 손상없이 크기만 확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TED
▲실제 실험 전 / 후 뇌 조각 크기. 손상없이 크기만 확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TED

그동안 우리는 현미경과 fMRI로 뇌의 활동을 연구해 왔었다. 그러나 뇌를 확대해 관찰하는 것에 시간적(=한 활동 전압의 이동 시간. fMRI: 1초이상, 뇌: 1/1000초), 공간적(fMRI의 1mm = 뇌의 1/50mm)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에 신경 공학자 Ed Boyden과 MIT 대학원생 연구진들은 뇌를 확대해 관찰하는 것 힘드니까, 뇌 자체를 확대해서 관찰해보자는 발상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이 연구의 목적은 뇌를 안을 볼 수 있을 만큼 확대하여 각각의 신경세포 단위체와 그 안의 생체 분자,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관찰하고 3차원으로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다. 신경세포 하나 하나의 생체분자와 나노적인 작동들이 전압을 만들어내며 이때 신경세포 간 화학물질 교환이 각 신경세포로 하여금 생각과 감정을 만드는 작용을 하게 한다. 그래서 신경세포 하나를 확대해 관찰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인간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판단해 행동을 하는지 등의 뇌의 변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도달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뇌를 연구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며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은 고분자흡수체를 뇌 속에 물리적으로 심고, 이후 물을 가하면 뇌를 부풀려 생체분자를 식별할 만큼의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기저귀 속 하얀가루인 이 고분자 흡수체(아크릴산 중합체, 폴리비닐 알코올 등을 원료로 한 초강력 고분자흡수체 (SAP: Super absorb polymer))는 본인 부피의 1000배 까지 흡수 할 수 있다. 이때 고분자는 사슬 형태의 원자들이 길고 가는 줄로 배열된 것으로, 각각의 사슬은 매우 작아 생체 분자(신경세포를 이루는 분자) 하나의 너비와 비슷하며 밀도도 매우 높다. 이를 이용해 뇌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할 수 있다. 이 고분자는 물을 흡수할 때 사슬들이 서로 멀어지며 소재의 부피가 증가하게 된다.

<고분자흡수체를 뇌에 삽입하여 분자들을 분리시키는 과정 (시뮬레이션)>

1. 우선 분자를 모두 하나의 닻에 묶는다. 분자들을 분리시켜 고분자들이 생체 분자와 결합하고 확대될 때 끊어지지 않을 연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 고분자흡수체를 뇌에 침투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바로 뇌에 투입한다면 뇌 표면에 얹혀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고분자의 단위체(모노머)를 모아 뇌 속으로 침투하게 하고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단위체가 뇌 조직 안에서 사슬 형태(고분자)로 조직되게 할 수 있다. 이 사슬들은 생체 분자 주위와 그 사이에 들어가 복잡한 그물구조를 만듦으로써 생체분자들을 서로 떨어뜨려 놓는다. 또 앞서 말한 닻이 가까이 올 때마다 고분자는 닻에 연결되어 분자들을 분리시키게 된다. (한 사슬 그물 내 최대한 작은 분자덩어리가 들어가게끔 나누기 위해. 그래야 확대되는 한 그물에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3. 이 상태에서 화학적 처리를 통해 분자 간 연결이 느슨해질 것이고 물을 가할 때 부풀어오르는 고분자흡수체는 물을 흡수하게 된다. 고분자 사슬은 멀어질 테지만 생체분자들은 그대로 사슬 사이에 붙어있어 매끄럽게 확대된다(풍선에 그림을 그리고 풍선을 부풀릴 때이미지는 그대로 남게 되지만 잉크 입자들은 서로 떨어지게 되듯이). 뇌의 정보는 하나도 유실되지 않은 채 크기만 커져서 관찰이 용이해 진다. 여기까지 실제 뇌 조각 실험으로 어느정도 구현했다.

4. 지금까지 생체분자들은 (편의상)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실제로도 이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자들은 동일한 원자들로 구성되더라도 다른 구조로 배열되어 있다. 그래서 분자가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빛이 나는 염색약으로 칠해진 꼬리표를 부착해 구별한다. 한 종류의 생체분자는 파란색 또 다른 종류는 빨간색 이런 식으로.

결론: 이를 통해 뇌를 보고 낱개의 분자를 관찰가능하다. 분자들을 구분이 가능할 만큼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연구가 심화되면 뇌의 회로를 다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기억에 관여하는 뇌 조직이 있다면 바로 확대를 통해 실제 회로의 구성을 알고, 이로써 언젠가는 기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분자단위의 연구가 진행된다면 알츠하이머, 간질, 파킨슨병과 같이 완전한 치료법이 거의 없고 근본을 알 수 없는 병의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뇌 질환을 일으키는 분자 변화를 짚어내어(분자의 수량 변화나 패턴 변화 등) 그것을 정상적으로 완화하는 신약을 만들어내고,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뇌 질환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의 치료가 기능해 질 수 있다.

또한 의학과 약학처럼 그동안 큰 위험을 갖던 분야를 보다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의학은 물리학이나 공학 등 다른 분야에서보다 과학적 위험을 통제 범위 안에 둘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법칙들이 정의되고 적용되는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원인이 되는 아주 작은 생체 분자들의 작용을 알고, 일정한 법칙을 만들고, 이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부작용의 위험을 줄이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효율적으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분자를 물리적으로 뇌에 심고 물을 붓는데 있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 해야 활동전류를 측정할 수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들고,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분자단위의 뇌 연구가 가능해졌을 때 앞으로 닥쳐올 윤리적인 문제(기억적출 조작, 분자단위 범죄, 각종 신약과 치료의 부작용과 악용, 인간 존재 정의 등)에 대해서 미리 예측과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