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흡수 현상 구현을 위한 실험 모식도 - 서울대 제공
초흡수 현상 구현을 위한 실험 모식도 - 서울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빛을 빠르게 모조리 흡수하는 ‘초흡수(superabsorption)’ 현상을 처음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안경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양대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 등 연구팀은 시간을 되돌리듯 빛을 빠르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실험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1954년 빛의 방출 속도가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빨라지는 ‘초방사(superradiance)’ 현상이 처음 확인된 뒤 이론적으로는 동일한 원자 상태에서 정반대 현상인 초흡수도 나타나야 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초흡수는 초방사 현상에 가려져 그간 관측자체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방사가 시간을 빨리 흐르게 한다면 초흡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듯 시간을 역행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체스판 모양의 나노 구멍 격자를 이용해 원자의 위상을 주변 빛의 위상과 반대가 되게 만들었다.

나노 구멍 격자는 10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질화물) 박막에 가로 280나노미터, 세로 190나노미터의 나노 구멍 5000여개를 체스보드 패턴에 따라 791나노미터 간격으로 뚫은 것이다. 이 나노 구멍의 간격은 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원자 10개가 일반 흡수보다 10배 정도 빨리 빛을 100%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세기가 약할수록 흡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는 일정 시간 동안 흡수된 빛의 양이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학계에서는 초흡수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면 식물의 광합성이나 태양전지에서 빛 에너지의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효율의 빛을 원자에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시간 동안 일반적인 흡수보다 더 많은 빛을 흡수할 수 있어 신호가 매우 약한 천체 관측, 광신호 처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3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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