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보다 불타는 네티즌들의 경기 몰입

 

  2012년 여름, 대한민국은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런던 올림픽의 열기가 더해져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7월 29일 개막식으로 시작된 런던 올림픽은 당일부터 차례대로 예선전을 치르고 있는 각종 경기들로 우리의 볼거리를 한층 더 풍부하게 해준다. 대한민국이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우승의 기대할 만큼의 실력임은 이미 입증되어 있는 바, 선수들에게도 4년간의 기다림과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자리이니만큼 경기가 치러지는 짧은 순간은 선수와 응원하는 우리 역시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수들이 각 종목별로 꼽을 만큼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은 선수들이 작은 실수 하나라도 할까 노심초사하며 경기를 지켜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인터넷은 온통 기대에 휩싸인 네티즌들의 SNS로 가득하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다.
  경기 시작. 어제 치러진 박태환 선수의 500m 자유형 예선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대한민국의 마린보이 박태환이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라는 것은 은연중에 우리의 머릿속에 고착되어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가 그 기대에 부응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1등으로 통쾌하게 예선을 끝낸 그에게 떨어진 것은 실격. 이유를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그와 그 순간을 잡으려는 언론, 일찌감치 발동한 네티즌 수사대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바빴다. 그의 주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결승에도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 박태환 선수는 경기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 강행된 인터뷰에도 그만의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기자의 물음에 답했다.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이 순간만큼은 누구나 열사 못지않은 애국자가 되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실격처리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결과가 난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자신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나선 중국의 쑨 양 선수와 퇴장하는 박태환 선수가 함께 카메라에 담긴 사진 한 장이였다. 웃음을 짓고 있는 쑨양 선수의 모습과 달리 침울한 표정의 박태환 선수의 표정은 네티즌들의 새로운 시사거리가 되어 SNS의 여기저기서 ‘박태환을 비웃는 쑨 양’ 이라는 글과 함께 그에 대한 좋지 않은 말들이 난무했다. 그 즉시 새로운 정보가 SNS를 덮었다. 스타트 지점에 서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위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박태환 선수의 심판이 중국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사진속의 중국인 심판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냐는 것이었다. 이로써 네티즌들은 중국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각자 자신들의 전쟁을 치러내고 있는 사이 박태환 선수의 실격판정이 취소됨이 알려졌고, 그의 심판이 중국인이 아님도 밝혀졌다. 그렇게 그는 아깝지만 값 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내가 봐온 그의 첫 경기는 이러하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선수를 배려하지 않고 인터뷰를 강행한 방송국이 그 첫 번째.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중국 심판의 일명 신상 털기를 비롯해 근거 없는 사실들로 여러 사람을 욕보이게 한 네티즌이 그 두 번째이다. 유독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신사적이지 못한 태도는 외신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일전의 경우에는 이러한 한국 네티즌들의 모습을 강력히 비판하는 기사가 보도된 적도 있었다. 이러한 책임감 없는 자세는 네티즌만을 넘어 대한민국 모두를 욕보이는 짓이나 다름없다. 잠시간 그에게 내려진 실격 처리는 여러 관련 없는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그에게 역시 최악의 경기로 남겨질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바이며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선수의 얼굴을 더럽히지 않는 국민들의 기본적 긍지를 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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