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에 대한 무지의 현실

각종 영화 주인공들이 실물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각종 영화 주인공들이 실물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더 파이브>의 유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사진 출처: 오늘의 유머-<작가 생계도 중요하지만 난 공짜가 좋단 말이에요!!>
<더 파이브>의 유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사진 출처: 오늘의 유머-<작가 생계도 중요하지만 난 공짜가 좋단 말이에요!!>
트위터를 하다가 평소에 좋아하고 현재 네이버에서 화제의 작품인 '고삼이 집 나갔다'의 작가님이신 미티님이 '웹툰 부분 유료화에 대한 시선은 일단 이렇구나'하는 트윗과 함께 하나의 링크를 올려놓으셨길래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가 뜨면서 <작가 생계도 중요하지만 난 공짜가 좋단 말이에요!!> 라는 제목의 글이 나타났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얼이 빠졌다. 한국인들의 저작권의 필요성에 대한 무지와 문화콘텐츠 깎아내림은 평소에 뼈저리게 겪은 일이라 거의 포기 상태였지만 새삼 사람들의 무지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우리나라 작가님들의 현실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나의 꿈은 웹툰 작가다. 그래서 평소부터 저작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웹툰이 서서히 유료화가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에 기뻤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마치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굶어 죽어라. 우린 돈 아끼고 싶으니까.'

사람들의 심리가 어떤지 모르겠다. 한 회당 500원? 그걸 아껴서 무엇을 할까? 요즘 너무 더워서 매일 아이스크림을 달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근데 500원이라면 매일 사먹는 그 아이스크림의 거의 반값 수준이다. 이렇다고 해도 돈을 아끼고 싶어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당신의 뱃속에서 사라질 아이스크림과 당신의 머릿속에 남아 교훈을 줄 훌륭한 작품. 과연 무엇이 더 가치가 있을까?

이 글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 청소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이토록 지적재산권과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만화 및 비디오 대여 방이다. 일명 '만화방'은 IMF 시절 생계의 수단 중 하나여서 엄연한 저작권 위반, 즉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고, 이 악습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져 오고 있다. 이 편리한 가게는 단돈 몇백원으로 만화를 보는 재미를 선사해주고, 청소년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을 상실하게 만드는 주범이며, 만화가들을 서서히 죽이는 무서운 독이다. 일본의 예를 들자면, 일본의 만화방들은 사람들이 만화를 빌리기 위해 지불한 돈이 만화가의 수입으로 지급되도록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다른 이유는 웹하드 사이트에서 기승을 부리는 불법 다운로드이다.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만화, 영화, 음원 등 여러 작품들이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기성 세대의 무지가 자녀들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이다. 다행히 나는 의식 있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대부분의 기성 세대는 여러 문화 콘텐츠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 TV에 나와 노래 부르는 사람은 '딴따라'다, 만화는 '무조건' 유해하고 실속 없는 것이다.(아마도 이 의식의 바탕에 '그러니까 쓸데없는 곳에 눈 돌리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는 생각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닐까.) 당연히, 만화책 단행본을 사는 것을 반대함은 물론이고 심지어 음원, DVD까지 왜 돈을 써서 구입해야 되는 지 이해하지 못 하는 기성 세대들도 존재한다. 자연히 아이들은 만화방, 비디오방을 향하거나 웹하드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고, 여러 작가와 감독, 뮤지션들은 도저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없어 골치가 아프다. 실제로 내 친구들 중에서도 '단행본 등을 사고 싶기는 하나 부모님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만화방에서 대여거나 불법 다운로드 받는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팔리지 않는 단행본, 팔리지 않는 DVD, 팔리지 않는 음원, 팔리지 않는 음반. 아무리 '요즘은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로 봐서는 그닥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지금 한국의 음악 및 만화, 그리고 여러가지 문화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굶어 죽을 지경인 한국 사회에서, 그 위용이 오래 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바람인 것 같다. 당신이 사랑하는 작품이 오래도록 존재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올바른 사랑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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