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알기 쉬운 자막’ 방송효과 분석보고회 가져

 
 
“일단 단어가 뭔지 몰랐어요. 후쿠시마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정치 부분도 ‘이석기 당선인 비밀스런 행보’ 이런 용어들도 대충은 알겠는데 뜻을 완전히 저희가 모르잖아요.”

성인 발달장애인이 한 공중파 방송의 뉴스를 시청한 후 전한 소감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개념 이해, 섬세한 감정의 흐름 등을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이 있어 방송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특정 프로그램 방송화면에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막의 방송 효과 분석을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진행하고 지난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자막 방송 효과 분석’ 사업 보고회를 열었다.

연구소가 지난 2010년에 이어 2011년 전국 성인발달장애인 1,003인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용실태 및 만족도, 욕구조사인 ‘성인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보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인발달장애인의 80.4%가 ‘방송에서 쉬운 말을 썼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여 대부분의 발달장애인들이 방송용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알기 쉬운 자막’을 제작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사례발표를 통해 제작 과정과 결과를 전했다.

뉴스 자막 제작에 참여한 신현욱 씨는 “뉴스에서 자연재해의 피해 사실을 전달한 경우 과학적인 설명 없이 피해 결과만 전달해 피해 정도와 심각도를 사전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날씨 뉴스에서 자연 재해의 피해 상황과 구체적인 사물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피해 전 상황 사진을 자료로 넣었다.”고 밝혔다.

개그콘서트 자막 제작에 참여한 조태환 씨는 “대사 중에 나오는 소품이나 낱말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대사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경험하지 못한 단어에 대해 자막을 통해 뜻을 설명하고 그림을 넣어 쉬운 이해를 도우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경민대 자치행정학과 남영진 교수는 “알기 쉬운 자막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알기 쉬운 자막’을 넣은 프로그램을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들의 TV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만족도, 정보성 및 내용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알기 쉬운 자막’을 넣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방송과 관련된 다른 장애유형의 경우 편의제공이나 방송접근권에 관한 다양한 실험적 연구와 지원이 제공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관한 연구나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의 방송접근 소외에서 오는 정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발달장애인에게 보다 쉬운 방송해설 자막이 꼭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회장은 “방송은 다수의 이익을 우선시하기보다 전달되는 내용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성을 지닌 매체.”여야 한다며, “방송이 소수를 위한 편의제공을 외면한다면 방송, 혹은 전파의 소유권한이 제한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서 발달장애의 특성과 정도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성이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콘텐츠진흥부 홍종배 부장은 “그동안 이뤄진 발달장애인에 관한 대부분의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발달장애인 보호자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직접적인 견해를 들음으로써 발달장애인들의 방송 접근 소외에서 오는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데 한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업의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부족한 예산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본 연구에 방송 전문가와 방송 모니터링 전문가들의 참여가 거의 전무한 것은 큰 한계로 보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뉴스는 정보 전달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재미를 훼손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고 전했다.

한편, 연구소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발달장애학생의 교육방송 접근권과 성인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실태를 파악하는 등 꾸준히 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관한 연구 및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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