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원화환율이 1달러당 1,600원을 돌파했다. 공항 환전소에서는 1,700원을 넘는 환율이 현실이 되었고, 해외 공항에서는 2,100원 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경제지표 같지만, 그 파장은 국민의 삶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
부산 해운대의 한 대형마트. 수입과자 코너 앞에서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손에 쥔 제품을 내려놓았다.
“예전엔 3천 원 하던 게 5천 원이 넘더라고요. 이젠 수입과자도 사치품이에요.” 김 씨의 말처럼, 환율 급등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직격하고 있다.
전자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수입부품 의존도가 높은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제품은 줄줄이 가격인상 중이다.
중소 유통업체들은 “환율이 오르면 원가가 올라가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환율 방어수단이 부족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외여행과 유학도 부담이 커졌다. 항공권 가격은 물론, 현지 소비 비용까지 폭등하면서 여행 수요는 급감했다.
유학생 가족들은 학비와 생활비 송금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작년보다 환율이 300원 넘게 올랐어요. 한 달 생활비가 30만 원 이상 더 들어요.” 부산에 거주하는 유학생 부모의 말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국은행을 통한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입대체 산업육성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 체질 개선과 수출 경쟁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율은 숫자다. 그러나 그 숫자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2025년의 환율 쇼크는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닌, 생활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진화가 아닌 구조적 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