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민 화백의 작품 「저 언덕 너머에는」은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관람자의 내면 깊숙한 곳을 조용히 두드리는 시적 회화다.
화면 속에는 호젓한 오솔길이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고, 그 앞에는 구절초가 만개해 있다.
청명한 하늘과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과 평온을 자아낸다.
이 그림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 언덕 너머’라는 제목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품고 있다.
언덕은 삶의 고비이자 여정의 은유이며, 그 너머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이상향 혹은 내면의 평화를 상징한다.
성 화백은 이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언덕 너머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구절초의 존재는 특히, 인상적이다. 가을의 끝자락에 피어나는 이 꽃은 생의 유한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오솔길을 따라 걷는 이의 발걸음에 위로를 건넨다.
이는 곧 자연과 인간의 교감, 그리고 삶의 고요한 수용을 암시한다.
성지민 화백은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감정을 투영해왔다.
그의 붓끝은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색채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정을 자극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비움의 미학’이 돋보인다. 과도한 설명 없이 여백을 통해 관람자의 상상과 감정을 끌어내는 방식은 동양화적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저 언덕 너머에는」은 단지 ‘보는 그림’이 아니라 ‘머무는 그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 그림 앞에 서면, 마치 그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성 화백은 이처럼 자연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이번 작품은 그 정점에 가까운 성취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