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인생 2막을 열다

정삼옥 전 교장
정삼옥 전 교장

무대 위의 조명이 켜지자, 한 사람의 얼굴이 환히 빛난다. 그는 더 이상 교단의 권위적인 교장이 아니다.

4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정삼옥 전 교장은 이제 노래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도전하는 자가 꿈을 이룬다.”는 그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했던 말은 이제 그의 삶을 관통하는 문장이 되었다.

정삼옥 전 교장은 늘 학생들 앞에서 훈화와 교육을 이어가던 교장이었다. 교장실은 권위와 책임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무대 위에 선 순간, 그는 더 이상 근엄한 교장이 아니었다.

부산 영도다리축제 가요제의 무대에 선 그는 한 명의 시민이자, 노래꾼으로서 관객과 호흡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손끝은 떨림 대신 열정을 품고 있었고, 목소리는 교단에서의 단호함이 아닌, 삶의 애환과 기쁨을 담아냈다.

정 전 교장의 노래사랑은 어린시절부터 시작됐다. 정치인이자 풍류를 즐기던 아버지는 남도창과 판소리를 즐겨 불렀고, 어머니는 전축으로 이미자의 노래를 들었다.

어린 정삼옥은 그 곁에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성장했다. 고등학교시절, 그는 직접 각설이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

그때부터 그는 무대의 즐거움과 관객의 박수갈채가 주는 힘을 알았다.

교직에 몸담은 뒤에도 그는 노래를 놓지 않았다. 학예발표회, 총동문체육대회, 학부모 초청 공연에서 그는 판소리와 트로트를 불렀다.

학생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어울리며, ‘노래하는 교장으로 불렸다. 2023년에는 학생들과 백댄서를 꾸려 아모르파티를 무대에 올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 TV에서 봤어요!”라며 달려와 말했다. 그 순간, 그는 교육자이자 스타였다.

정삼옥 전 교장
정삼옥 전 교장

영도다리축제 가요제에서 정 전 교장은 국악풍 트로트 을 불렀다. 아버지의 남도창을 따라 부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그는 국악의 한과 애환을 무대 위에서 풀어냈다.

심사위원은 국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퍼포먼스가 뛰어나다고 평했고, 관객들은 그의 추임새에 환호로 응답했다.

비록 장려상에 머물렀지만, 그는 이미 마음속에 수상소감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는 이 상은 더 열심히 문화예술 봉사를 하라는 격려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전 교장의 노래사랑은 때로 가족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집에 노래방 기기를 들여놓고 밤새 노래하다 결국 천만 원을 들여 방음장치를 설치한 일, 식당모임에서 블루투스 마이크로 노래하다 옆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식사비를 대신 물어준 일.

남편은 때로 창피해했지만, 결국 그의 열정을 지지했다. “노래는 아내의 인생이라며 방송 프로그램에 사연을 올려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정년퇴직 후 그는 아리아 정 엔터테인먼트를 창단해 지역사회 문화예술 봉사에 나섰다.

정삼옥 전 교장이 제33회 영도다리축제 가요제에서 장려상 수상
정삼옥 전 교장이 제33회 영도다리축제 가요제에서 장려상 수상

앨범발매 계획은 없지만, 다양한 무대에 서며 노래로 봉사하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뜨겁다.

도전하는 자가 꿈을 이룬다. 숨겨둔 끼와 재능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세요.”라고 말하는 그는 후배교사와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자신의 철학을 다시금 전했다.

정삼옥 전 교장은 더 이상 교단의 권위적인 교장이 아니다. 그는 노래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도전자이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봉사자다.

그의 삶은 한 사람의 끼와 열정이 어떻게 공동체의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도전과 열정, 그리고 삶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다.

정삼옥 전 교장의 제22회 통영가요제 금상 수상
정삼옥 전 교장의 제22회 통영가요제 금상 수상
정삼옥 전 교장의 제33회 영도다리축제 가요제 현수막
정삼옥 전 교장의 제33회 영도다리축제 가요제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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