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회관이 감사위원회의 중징계 요구를 경징계로 축소하고, 해당 간부를 연임까지 시킨 사실은 단순한 인사문제를 넘어 공공기관 운영의 근본을 흔드는 사건이다.
감사위원회가 ‘승진무효’와 ‘중징계’를 명확히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은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감봉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뒤, 그 인사는 최고 평정을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하다. 첫째, 감사제도의 권위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감사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공공기관의 규율을 바로잡는 제도적 장치다. 이를 기관내부 판단으로 무력화한다면, 감사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둘째, 공정성의 붕괴다.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인사가 곧바로 최고 평정을 받아 연임에 성공한다는 것은 내부평가체계가 규범준수보다 조직 내부 이해관계에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시의회 김효정 의원이 지적했듯, 이는 단순히 감사위원회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부산시와 시의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부정하는 행위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기관의 신뢰는 곧 시민의 신뢰와 직결된다.
이번 사안은 시민들에게 “공공기관은 규정을 어겨도 내부적으로 덮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부산시는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연임 결정의 재검토, 징계재심, 인사·평가절차의 투명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감사요구 이행률을 경영평가 핵심지표로 삼아, 불이행 시 기관장문책과 성과급 삭감까지 연동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신뢰는 성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절차에서 자란다. 규정을 어긴 자가 보상받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시민은 더 이상 공공기관을 믿지 않을 것이다.
부산문화회관 사태는 단순한 인사논란이 아니라, 부산시가 공공기관 운영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할 중대한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