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한 장면에서 성지민 화백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생동)」은 단순한 색채의 충돌을 넘어, 인간 존재의 내밀한 리듬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화면 위에 펼쳐진 빨강, 노랑, 하얀, 검정, 파랑, 녹색, 분홍의 색채들은 마치 인체 속 혈소판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듯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드러낸 시도라 할 수 있다.
성 화백은 색을 단순한 장식적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다. 각 색은 고유한 에너지를 지니며 서로 부딪히고 감싸며, 때로는 융합하고 때로는 대립한다.
빨강은 생명과 열정을, 노랑은 희망과 빛을, 검정은 깊은 내면과 무의식을, 파랑은 차분한 흐름을, 녹색은 회복과 자연을, 분홍은 따뜻한 감정을 상징한다.
이들이 화면 위에서 소용돌이치며 만들어내는 장면은, 인간의 몸과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 활동의 은유로 읽힌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혈류의 움직임, 세포의 교감, 생명의 미세한 떨림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성 화백은 색채와 형태의 격렬한 교차를 통해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단순히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안에서 흐르는 생명의 리듬을 공감하게 된다.
또한 「보이지 않는 움직임(생동)」은 현대 사회의 단절과 고립 속에서 ‘생명적 연결’을 환기한다.
색채들이 서로 얽히고 감싸는 모습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내면과 외부 세계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는 단순히 미학적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자에게 존재론적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결국 성지민 화백의 이 작품은 ‘생동’이라는 단어가 지닌 본질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생동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이며, 서로 다른 에너지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조화의 과정이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생동)」은 그 과정을 색채의 언어로 번역해낸, 생명과 예술의 교차점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