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1350원에서 1470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몇 달 사이 9%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과거에도 환율급등은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섰지만, 그때는 일시적 충격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연평균 환율이 1415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당시 평균치보다도 높아졌다.
환율 1450원 시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은 오르고 있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34.7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과거 같으면 무역흑자가 원화수요를 늘려 환율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해외투자와 해외인력고용에 달러를 직접 사용하면서 원화로 환전할 필요가 줄었다.
국내투자 감소와 해외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환율상승을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자금 유출도 눈에 띈다. 올해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환전한 금액은 157.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10월 개인 해외주식 순매수는 24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순매수(34.5억 달러)의 7배 규모다.
‘서학개미’의 급증은 원화자산에 대한 불신과 국내기업 경쟁력 약화의 반증이다.
지난 10년간 세금부담과 노동규제 등으로 기업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국민은 원화자산을 ‘휴지조각’으로 인식하며 달러 자산과 해외 혁신기업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민의 자산방어 심리가 더해지면서 원화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폭등을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본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오르는 것은 국내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자금유출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단순한 외환시장 개입이 아니라 기업경쟁력 회복과 경제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