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는 7명의 노동자를 앗아간 참혹한 비극이었다.
산업도시 울산은 깊은 슬픔에 잠겼고, 우리는 또다시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되새기게 되었다.
희생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그러나 애도의 순간을 넘어, 우리는 이 반복되는 죽음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죽음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이후 제정된 ‘김용균법’,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하지만 이번 울산화력 참사는 제도의 존재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규정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처벌강화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 안전정책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어야 한다.
구조적 문제, 외주화와 안전관리 부실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난 것은 책임의 외주화와 안전관리 부실이다. 원청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위험을 하청에 떠넘기고, 하청은 다시 재하청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킨다.
이 과정에서 안전은 비용의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영국·독일·일본 등 안전 선진국들은 원청과 하청의 의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낮은 안전의식과 반복된 하도급 구조 속에서 사고를 재생산하고 있다.
안전은 문화다
필자는 일본 현장에서 목격한 철저한 원칙 준수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안전은 규정이 아니라 습관이며, 문화다.
헬멧을 쓰는 행위, 작업 전 점검을 반복하는 절차, 위험을 공유하는 회의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문화적 토대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으로 성장했음에도 산업안전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안전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생명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이다.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실패다.
억울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의 틀을 바로잡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사업주의 반안전적 태도와 근로자의 안전불감증을 동시에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비극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성찰과 개혁 없이는 미래도 없다
울산화력발전소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경고다. 국가와 산업계 모두가 뼈아픈 성찰을 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다.
이제는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안전제일주의가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희생된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추모이자, 미래세대에게 남겨줄 가장 값진 유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