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교수
박재욱 교수

AI의 등장을 두고 세계는 낙관과 공포 사이를 오간다. 어떤 이는 “AI가 일자리를 없앤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직업은 남고 직능만 바뀔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재욱 교수는 이 논쟁이 한국 사회에서는 본질을 비껴간다고 지적한다.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감당할 준비가 없는 사회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비정규직과 초단기 계약이 만연한 노동시장을 갖고 있다. 사회 안전망은 OECD 최하위권이고, 재교육 시스템은 취약하다.

이런 조건에서 직능 변화는 곧바로 실업과 소득 붕괴로 이어진다. 유럽 노동자는 재교육과 복지의 보호막을 갖지만, 한국노동자는 떨어지면 바로 바닥이다.

따라서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은 한국 맥락에서는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AI는 또 다른 차원의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능력 격차가 아니라 접근성 격차다.

대기업과 연구기관, 고학력·고소득층은 AI 활용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리지만, 중소기업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교육격차가 큰 청년층, 고령층은 기회조차 없다.

박 교수는 이를 디지털 신분제라 부른다. 이미 교육·소득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그 속도는 더 빠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전략의 부재다. 한국어 데이터는 부족하고 왜곡돼 있으며, 국내 대형 언어모델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GPU·NPU 같은 연산 자원은 만성 부족이고, AI 안전성 평가 기준은 공백 상태다.

교육·노동·산업·복지 정책은 따로 놀고, 정부는 ‘K-대형모델구호만 외친다.

박 교수는 “AI의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무전략성이라고 단언한다.

AI는 인간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수직적·단선적 조직문화 속에서는 시행착오의 여유가 없다.

속도와 효율만 중시하는 구조에서 AI는 학습 과정을 대신하고, 인간은 더 빨리 능력을 잃는다.

그 결과 사회는 더 취약해지고 국제 경쟁력은 약화된다.

박 교수는 말한다. 선택 이전에 선택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데이터 주권과 공공 데이터 체계재편, ···대학을 아우르는 AI 문해력 교육, 재교육·직업전환 시스템 재설계, 노동시장 안정장치 강화, 고위험 AI 선제 규제, 국가·지자체·산업이 연결된 AI 통합 전략. 이 기반이 없다면 “AI는 선택이라는 말은 공허하다.

선택할 권한도, 자원도, 역량도 없는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말일 뿐이다.

결국 박재욱 교수는 강조한다. AI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위험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없는 사회다.

지금의 한국은 AI 시대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방치한다면 AI는 인간을 돕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를 계급화하고 주변화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필요한 것은 기술 찬양이 아니다. 사회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정치적 결단이다. AI가 아니라 우리의 무능이 양극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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