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한때 400만 명을 눈앞에 두었던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325만 명으로 줄었고, 지난 10년 동안 26만 명이 사라졌다.
더 뼈아픈 사실은 그중 대부분이 청년이라는 점이다. 15세에서 39세 사이의 인구가 29만 명 줄어들면서, 부산은 더 이상 ‘청년의 도시’라 부르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대신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며,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별칭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도시의 현실을 압축하는 표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은 아직 디지털 전환조차 미흡하다. AI 논의는 서울에서만 활발히 이루어지고, 부산은 그 대화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수도권 중심의 ‘대서울권 메가시티’ 구상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오래된 약속을 사실상 폐기한 선언처럼 들린다.
부산은 대한민국 최대 수출항구였지만, 지금은 청년을 수출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부산의 내일은 어디에 있을까. 단순히 인구 감소를 막는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부산은 산업과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항만도시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되, 그것을 데이터와 AI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부산항은 여전히 세계적 물류 거점이지만, 물류 경쟁력은 단순한 하역 능력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운영과 AI 최적화 시스템에 달려 있다.
부산이 ‘AI 물류 허브’로 변신한다면,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돌아오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또한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부산은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스마트 헬스케어, 맞춤형 복지 플랫폼, 돌봄 로봇 산업을 선도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노인과 바다’라는 이미지가 ‘AI와 바다’로 바뀌는 순간,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다. 지역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AI 특화 교육·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AI 기반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청년은 다시 부산을 선택할 것이다.
정부의 수도권 중심 AI 정책에 맞서, 부산은 지방 AI 혁신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부산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물 수 없다.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적 별칭을 넘어, ‘AI와 바다’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
바다는 부산의 운명이고, AI는 시대의 언어다. 두 가지를 결합할 때, 부산은 소멸위험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디지털 전환의 전초기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