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28개 휴전안, 젤렌스키의 선택, 그리고 한국의 핵 없는 억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며 내놓은 ‘휴전안’이 국제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안은 러시아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요구사항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을 금지하며, 현재 10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군을 60만 명 수준으로 감축·동결하라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항복을 강요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푸틴 대통령은 이 제안을 환영하며 “평화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그는 “국가의 존엄을 잃을 것인가, 미국과의 결별을 각오할 것인가”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고백했다.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에서 미국·영국·러시아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폐기했던 우크라이나의 ‘때늦은 후회’가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한국에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한미동맹을 믿고 자위적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던 한국 역시,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려 할 때, 이를 말릴 사람도, 막을 방법도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서울 상공에 핵폭탄이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은 단지 김정은이 아직 ‘정신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안한 진단이 나온다.
결국 트럼프의 휴전안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약속하기보다는, 국제 질서와 동맹의 신뢰를 시험하는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존엄과 생존 사이에서, 한국은 핵 없는 억제와 동맹 의존 사이에서, 각기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쟁의 ‘정지버튼’은 엔드게임이 아니라 또 다른 국면의 시작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