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심연에 깃든 환영

                                 덕해 김쌍주

 

눈동자는 길을 잃은 별처럼 흔들리고

햇살은 척추를 꺾는

은밀한 무게로 내려앉는다.

붉은 폭포가 저녁의 허공을 찢어

꽃잎처럼 흩날리며

어둠 속으로 잠긴다.

그 순간, 침묵은 비밀의 껍질을 벗고

몸을 감싸는 떨림은

숲의 심장처럼 뛰어오른다.

 

날갯짓은 공기를 갈라

희미한 자취만 남긴다.

안개는 지친 숲을 덮고

계절은 녹아내리며 사라진다.

그러나 초목은 천천히 숨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된다.

 

초승달은 눈썹처럼 매달려

은빛 절구통은 세상의 비밀을 빻는다.

그 속삭임은 그리움의 파편을 담아

고요히 숲을 흔들고

밤은 외로움을 품에 안은 채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

체온을 흩뿌리며 부서진다.

 

동쪽 하늘의 반달은 수박처럼

갈라진 상처를 드러내고

그 뒤에서 어둠은 숨죽이며 기다린다.

붉게 물든 저녁 빛 아래 계수나무

가지 사이로 옥토끼의 귀만

희미하게 깜빡이며

환영의 숲은 끝없는 꿈을 이어간다.

 

 

 

내 맘대로 시 해설

이 시는 숲을 배경으로 인간내면의 고독과 생명의 순환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숲을 단순한 자연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심장처럼 뛰고 꿈을 이어가는 심연으로 묘사한다.

눈동자가 길을 잃은 별처럼 흔들리고 햇살이 척추를 꺾는 무게로 내려앉는 장면은 삶의 불안과 고통을 드러내며, 붉은 폭포와 저녁의 허공은 상처와 소멸을 상징한다.

그러나 동시에 초목이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생명을 피워내는 모습은 재생과 희망을 암시한다.

또한 초승달, 은빛 절구통, 옥토끼와 같은 환상적 이미지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며 숲을 신비로운 환영의 공간으로 만든다.

반달의 상처와 어둠의 기다림은 인간 존재의 상처와 고독을 드러내지만, 그 속에서 숲은 여전히 끝없는 꿈을 이어가는 생명의 장으로 남는다.

결국 이 시는 자연의 숲을 통해 인간내면의 불안, 상처, 고독을 비추면서도 동시에 생명과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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