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마친 뒤 도박에 빠져 지인들에게 수천만 원을 가로챈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모가 아들의 구속을 직접 요청한 이례적인 사건이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A(20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군 복무 중 모은 3000만 원과 부모에게 받은 4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을 인터넷 도박에 모두 탕진했다.
자금이 바닥나자 A씨는 군대후임과 중학교 친구 등 지인 11명에게 연락해 “애인이 임신중절 수술을 해야 한다”, “아버지가 병원비가 급하다”는 등의 거짓 명목으로 총 4200만 원을 빌려 챙겼다. 그러나 이 돈 역시 도박자금으로 사용됐다.
피해자들은 지난 8월 사하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A씨는 휴대전화까지 해지한 채 잠적했다.
경찰은 의류배송내역과 빨래방 결제기록까지 추적하는 집요한 수사 끝에 A씨가 경기 김포시에 은신 중임을 확인했다.
이어 인근 CCTV 영상을 분석해 지난 11월 10일 검거에 성공했다. 당시 A씨는 경찰이 들이닥치는 순간에도 인터넷 도박을 하며 지인에게 SNS로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A씨 부모는 아들이 7000만 원을 잃고도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직접 구속을 요청했다.
부모는 “아들이 스스로 도박을 끊을 수 없고 추가 범행을 저지를까 두렵다”며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가까운 지인과는 금전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가피하게 돈을 빌려줄 경우 차용증을 작성하고 계좌 이체로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